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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집결지서 처음 열린 야시장
성매매 집결지서 처음 열린 야시장
  • 전북일보
  • 승인 2019.09.0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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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전주 선미촌서 개최
음식 포차·네일아트·전시회 등
성매매 업소 자율폐쇄 기대·예술촌 일대 활력
지난달 31일 시민장터 '야시장 인디'가 전주시 서노송동예술촌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달 31일 시민장터 '야시장 인디'가 전주시 서노송동예술촌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수제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4시 전주시 서노송동에 위치한 시티가든 일대. 마을주민과 예술가, 시민들이 야시장을 열었다. 주민들이 직접 키운 작물로 만드는 음식 포차에서는 갓 조리된 먹을거리가 판매됐다. 또 젊은 여성들의 이목을 끌만한 네일아트, 수공예로 만든 티셔츠와 신발 등 다양한 물품이 판매됐다.

야시장 그늘막은 환경을 생각한 폐현수막으로 만들어졌고 시민과 예술가들이 직접 키운 꽃 등을 화분대신 페트병에 심은 원예식물도 전시·판매됐다.

전주시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단 ‘인디’가 주최한 이날 야시장은 성매매 업소들의 자율 폐쇄를 이끌고 서노송 예술촌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처음 열렸다.

특히 물건을 나누고 판매하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형태의 시민주도 장터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으며, 관광객과 시민 수백여명이 몰려, 바로 옆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야시장이 시작된 후 1시간 만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울려퍼지는 노래 소리에 합창과 춤을 췄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저녁을 해결하러 온 가족들도 보였다. 친환경적 시장바구니를 들고와 한가득 장을 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또 전주지역에서 활동하는 20~30대 청년작가들이 주도한 ‘인디장’은 신진 예술가들의 전시의 장이 됐다.

오후 7시께는 김승수 전주시장도 행사장에 나와 옷가지와 신발을 사서 갈아입은 뒤 시민들과 인사하며, 노래까지 불렀다.

김 시장은 “그동안에 성매매집결지 사업은 물리적 공권력을 투입하거나 전면적 개발을 통해 재생을 해왔는데 전주는 예술의 힘으로, 공동체 힘으로 바꿔가고 있다”면서 “선미촌은 폭력적으로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힘으로 바꿔간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국비지원이 1년밖에 안 남았는데, 국비지원이 끝나더라도 전주시가 지속적으로 지원해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 김영은(22·여)씨는 “성매매여성집결지에서 의미있는 행사를 한다는 것을 SNS를 통해 알게돼 방문했다”면서 “암울하고 여성인권의 침해지역이었던 이곳이 불과 1~2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관광객 이소영(25·여)씨는 “단순히 판매하고 홍보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폐현수막을 재활용하고, 핸드메이드 작품도 다양한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미성년자와 금녀의 구역으로 여겨졌던 이곳에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해 놀랐다”고 말했다.

민경박 인디 기획팀장은 “당초 행사를 기획할 때 장소를 선미촌 주요일대를 선정했지만 포주 등과 협의를 하면서 반발이 심했다”면서 “이번 행사는 마을주민과 첫 행사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시작하는 것으로 뒀다. 앞으로 선미촌 일대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매매업소들은 이날 행사에도 영업을 강행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께부터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여성들이 근무했지만 업소거리에는 성매수남들로 보이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인근 주민은 “아무래도 이번 행사로 인해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다보니 업소에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세종·최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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