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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벼꽃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벼꽃
  • 기고
  • 승인 2019.09.03 20: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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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처에 꽃입니다. 나팔꽃이 피었었고 마지막 장미가 피었으며 국화가 필 것입니다. 산수유꽃, 매화, 배꽃, 복사꽃, 살구꽃, 작약, 목단, 능소화, 봉선화, 맨드라미, 코스모스, 휴- 이름을 부르기도 숨넘어가는 꽃들. 꽃을 미워하는 사람 없습니다. 욕망하지 않는 사람 없습니다. 향기 없어도 때깔 곱지 않아도 모양이 좀 빠져도, 꽃은 세상 모든 환한 것들의 은유입니다.

벼꽃이 피었습니다. 화단 가득 하얗게 피었습니다. 저 꽃을 피우기 위해 농부는 땅을 갈고 물을 대고 모를 냈을 터, 새벽 발걸음 소리 들려줬을 터, 벼꽃에서 달큰한 향내가 납니다. 가마솥 밥 지을 때 흘러넘치던 밥물 내가 납니다. 그 옛날 아버지, 가뭄에 제때 모내기를 못 하면 풀풀 흙먼지 날리는 논배미보다 더 타들어 가셨지요. 밤송이를 당신 겨드랑이에 넣어보고 참을만하면 늦지 않았다고 했었지요. 풋대추가 콧구멍에 들어갈 정도면 쭉정이라도 먹을 수 있다, 늦모를 냈지요. 화단에 쌀꽃이 피었습니다. 눈이 침침해져야 비로소 보이는 꽃, 꽃 중의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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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예찬 2019-09-06 19:08:03
수천수만 송이의 벼꽃 가득하네요.
농부들의 숭고한 노동에 대한 예찬입니다.
며칠 후면 소중한 분들과 풍성함을 함께할 추석.
햅쌀밥 먹으려면 햇볕이 쨍하게 맑아야 할 텐데,
"가을장마에 태풍 '링링'이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고
한반도로 북상 중" TV 재난방송센터에서 전하네요.
옛날 어른들 말씀 '가을비는 쓸데가 없는 비'라고
하셨는데...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라니...
바라건대 수확철을 맞은 농작물에 피해 없이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람 2019-09-05 11:36:37
벼꽃이 핀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인터넷 문을 여니 ''암술 1개 수술6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꽃은 피고
3일에서 5일, 꽃이 핌과 동시에 자가수분''
바람을 타고 만나는 생명이였지요
가만가만 바라봐야 아름다운 꽃이였지요
수수한 향기로 흔들리며 초록으로 서 있지요
노란물이 시나브로 스며드는
가을들판에 농부의 땀과 수고가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