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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
  • 김은정
  • 승인 2019.09.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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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전범기’라 이름 붙여진 깃발들이 있다. 전쟁범죄자를 뜻하는 ‘전범’과 깃발을 뜻하는 ‘기’를 합해 붙여진 이름이니 명예스럽지 않거니와 쓰임의 목적이 분명하니 어느 국가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깃발이 아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전범기들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 군대가 군기로 사용했던 것들이다.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일본의 ‘욱일기’가 그것이다.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 된 하켄크로이츠는 ‘갈고리 십자가’를 뜻한다. 그 생김새가 불교의 상징인 만(卍)자와 비슷한데다 만자 문양이 이미 오래전부터 쓰여온 것처럼, 하켄크로이츠도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고대문명에서 문양이 발견될 정도로 쓰임의 연원이 길다.

하켄크로이츠가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 된 것은 1920년 창단한 나치스가 이 문양을 정당의 상징으로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켄크로이츠는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시기, 국기로도 사용될 정도로 상징성이 강했지만 1945년 독일 패전과 함께 나치스가 해체되면서 독일 정부는 아예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해버렸다.

일본의 욱일기는 어떤가.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욱일기 역시 1870년 육군 군기로 사용하기 시작해 태평양 전쟁 등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는 군기로 전면에 내걸었으나 1945년 패전과 함께 육해군이 해체되면서 사용을 중단했다.

전쟁을 일으킨 국가로서 감당해야 할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씻는 최소한의 선택이었을 터다. 그러나 이들 전범기의 운명은 이제 서로 달라져 있다. 독일이 법으로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금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끊임없이 욱일기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 탓이다.

1954년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욱일기를 군기로 다시 들여온 일본은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은 커녕 외레 과거 체제의 결속을 더 견고히 다져가는 모양새다.

그 덕분(?)일 터. 내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일본 국민들이 욱일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욱일기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IOC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칙적인 제재가 아닌 마당에 욱일기 사용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기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해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린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서조차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은 ‘욱일기’ 게양으로 논란을 불렀다.

궁금해진다. 왜 일본은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망령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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