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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63. 나훈아의 ‘고향역’은 익산에 있다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의 사연 있는 지역이야기] 63. 나훈아의 ‘고향역’은 익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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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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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역을 연주하며 소개하는 임종수.
고향역을 연주하며 소개하는 임종수.

1972년 나훈아의 노래로 탄생한 명곡이 있다. 그 노래에는 기차통학을 했던 1956년 까까머리 중학생의 아련함과 고단함이 서려 있다. “숨이 턱턱 막히게 뛰어올라 기차를 타니, 기찻길 옆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소. 아~ 그 꽃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나더이다. 내게 코스모스는 그리움에 사무치는 눈물꽃이고 기차역은 서글픈 곳이요.”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내 고향~”으로 시작하는 <고향역>은 많은 사랑을 받는 국민애창곡이다. 이쁜이 곱쁜이도 나오는 노래가 고향의 첫사랑이 아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곡이 된 사연은 특별하다. 그 곡의 작사 작곡자인 임종수(1942년생)는 순창 출신으로 어머니 나이 46세에 얻은 8남매의 막내이다. 국민학교 때 이리(현 익산)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형이 집에 오면 “너는 남성중학교를 가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했다 한다. 이에 어린 임종수는 시험을 치르고 이리의 남성중학교에 합격해 고향인 순창을 떠나게 되었다.

입학 후 여관에서 형과 하숙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형이 결혼하게 되면서부터 형의 신혼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러다 삼기면에 있는 지서로 발령이 난 형을 따라가 학교까지 걸어서 4시간 걸린다는 곳에서 통학했다. 산 고개를 세 개 넘고 황등역에서 기차를 타고 이리역에 내려 학교로 가는 길을 매일 같이 왕복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했고 아침밥도 못 먹고 점심 도시락도 챙기지 못한 채 허겁지겁 뛰어 기차 시간에 맞춰 다녀야 하는 일이 허다했다. 귀한 늦둥이로 자란지라 그런 어려움에 더욱더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그 시절의 기억은 훗날 임종수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준다. 하지만 처음부터 <고향역>이란 타이틀로 만든 곡이 아니었다. 무명 작곡가인 임종수는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인 나훈아를 무작정 찾아갔다. 3개월을 기다린 끝에 만나서 들려준 <차창에 어린 모습>을 마음에 들어 한 나훈아는 1970년도에 음반을 냈다. 그러나, 가사가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는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퇴폐풍조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별, 상처 등의 노랫말 등이 국민에게 슬픔을 조장한다고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차창에 어린 모습과 고향역이 한 장에 그려진 원본 악보.
차창에 어린 모습과 고향역이 한 장에 그려진 원본 악보.

그렇게 곡이 사라질 운명인가 싶었는데, 일 년 뒤 우연히 만난 나훈아가 아까운 곡이라며 “방송이 될 수 있는 건전한 가사와 경쾌한 리듬으로 고쳐 주이소”라 한다. 그 ‘건전하게’란 대목에서 어린 시절 기차에서 바라본 ‘코스모스와 어머니’를 떠올리며 ‘고향역’으로 주제를 잡고 고고 리듬을 더하여 곡을 완성한다. 1972년 2월에 취입한 곡은 그해 9월 코스모스와 함께 활짝 피어나 크게 히트를 치고 임종수를 무명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이후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옥경이>, 최근 나훈아의 신곡인 <인생소풍>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내게 한 원동력이 된다.

사실 임종수의 고향인 순창에는 기차역이 없다. 그렇다 보니 고향역은 황등역과 이리역을 왕복했던 통학 기찻길과 연관된 것이고, 화물 역사로 변한 황등역과 이리역 폭발사고를 겪고 호남권 허브 역사로 변신한 익산역에는 당시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노래는 가을에 하늘하늘 피어나는 코스모스와 추석 명절을 즈음하여 고향을 떠올리는 정서에 나훈아의 음색이 어우러져 모두의 고향역이 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기는 노래는 대중들의 애환과 욕망을 담고 다양하게 변해간다. 역과 기차를 주제로 한 노래 또한 다양한데,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부터 <목포행 완행열차>, <춘천으로 가는 기차>와 <안동역에서>가 있고, 게다가 이제는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처럼 지하철역을 주제로 하는 노래도 나왔다. 하지만, <고향역>처럼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곡들은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노래뿐 아니라 대중문화 속 명소의 탄생은 유형을 달리하고 있다. 그 감성은 장소를 떠올리는 것에서 출발해 관광자원이 되면서 도시를 홍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드라마 배경이 된 남원 서도역. 사진제공= 남원시.
드라마 배경이 된 남원 서도역. 사진제공= 남원시.

그렇다 보니 지자체마다 관광자원을 만드는데 열심이다. 지역의 풍경이 설정과 맞아 떨어져 히트를 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배경이 된 남원의 ‘서도역’이 그렇다. 사실 서도역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서 효원과 강모가 이용한 역으로 주요한 감정선을 담은 장소이다. 1931년 간이역으로 건립된 후 2002년 전라선 개량공사로 철거 위기에 처했지만, 현재 위치로 이전해서도 옛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역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서도역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자 남원에서는 <혼불>과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이 된 서도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 활성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다녀간 장소도 팬들에 의해 관광 루트로 만들어지고 있다. 완주를 비롯해 국내 이곳저곳을 안내하듯 다니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정겹고 고맙다. 지역의 자산은 새롭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많은 노력과 자본이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이고 이마저도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다. 있는 지역의 콘텐츠를 잘 발굴하고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 고향역의 대명사가 된 장소를 보유한 행운의 도시는 익산이다. 그러나 같은 익산의 행정지역에 있으면서 ‘고향역의 배경이 황등역이다. 지금의 익산역이다’란 논란으로 몇 년째 노래비마저 못 세우고 있다니 안타깝다. <고향역>의 저작권자인 임종수는 “학교를 오고 가며 양쪽 역을 다 이용했으니 두 역 다 고향역의 배경이재. 어디 한 곳이 아녀.”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고향역>의 노래가 역에서 흘러나오고 코스모스라도 먼저 기찻길에 식재하며 그 정서를 잇게 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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