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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원망해야 합니까” 수확 앞둔 농가, 태풍에 망연자실
“어디에 원망해야 합니까” 수확 앞둔 농가, 태풍에 망연자실
  • 전북일보
  • 승인 2019.09.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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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 완주 이서면 과수원 타격…농민들 한숨만
도내 과수원 171.5ha 피해, 이 중 배 농가 146.7ha 피해
9일 13호 태풍 '링링'이 휩쓸어간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 일원 과수원에 낙과한 배들이 쌓여 있다. 조현욱 기자
9일 13호 태풍 '링링'이 휩쓸어간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 일원 과수원에 낙과한 배들이 쌓여 있다. 조현욱 기자

“어디에 원망해야 합니까... 하늘에도 못 합니다”

9일 오전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 일원, 새벽부터 내린 비와 흐린 날씨를 머금은 과수원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배 수확을 앞둔 농가들이 곳곳에서 선별 작업과 포장, 추가 배 수확 등 분주한 모습이어야 했지만 이날 과수원 농가와 선별장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없었다.

도로를 따라 펼쳐진 과수원 나무 주변 곳곳에는 종이 과일 봉지에 쌓인 과일들이 흙탕물과 진흙에 파묻히고 널브러져 있는 상태였다.

한 과수원에 들어가 살펴보자 미처 자라지 못한 야구공만한 어린 배들부터 낙과 충격으로 갈색 멍이 들어 상품 가치를 잃은 배들이 바닥에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태풍‘링링’이 할퀴고 지나간 완주 이서의 배밭에는 농민들의 눈물과 한숨만 남아 있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5000평의 배 농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씨(60)의 과수원도 이번 태풍‘링링’에 큰 피해를 봤다.

“1년간 피땀을 쏟아 가꿔왔는데 이렇게 낙과가 많아 다 폐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올해는 이른 추석 탓에 그나마 물량의 50%를 수확하기는 했지만, 수확하지 못한 나머지 배들이 낙과해 큰일입니다.”

김씨는“평소 낙과가 발생하면 과일 상태를 보고 과즙이라도 만들어서 팔았는데 보험사 측에서 손해평가사가 평가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하라고 해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전북일보와 이야기 하는 내내 본인이 과수원 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인근의 다른 과수원 농가들도 이번 태풍 피해에 망연자실했다.

윤모(59)씨는“남편과 함께 약 6년 넘게 배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피해는 처음이다”며 “낮과 밤도 없이 수확만을 바라보며 준비했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사라진 느낌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태풍으로 낙과하지 않은 과일들도 상해를 입어 내년도 설 수확도 걱정이란다. 이번 태풍 때문에 배들끼리 서로 부딪쳐 멍들거나 과일과 나무의 접목 부분이 약해진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도내 피해를 본 농가는 총 145가구이며 피해 면적은 171.5ha에 달했다. 이 중 배 농가의 피해면적이 146.7ha로 가장 많았으며 사과 20.7ha, 복숭아 2ha, 포도 2ha, 감 0.1ha 순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날 완주군의 태풍 피해 농가를 방문하고 농작물과 시설물의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현장기술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엄승현·박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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