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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미래, 미생물에서 찾는다
농업의 미래, 미생물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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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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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
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

지난 반세기 우리나라 농업은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거치면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1970년대 통일벼 개발은 한국전쟁 이후 고질적인 식량난을 극복하고 경제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비닐하우스 보급으로 사계절 녹색채소가 식탁에 올랐다.

하지만 눈부신 농업혁명 과정 이면에 축적된 문제들이 오랜 시일이 지난 지금, 하나 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화학농약문제도 그 중 하나다. 화학농약 사용량이 2017년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ha당 12.2kg에 달하고 있다. 화학농약 사용과 비닐하우스 면적이 늘어나 영농 폐비닐 발생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31만 톤에 달하는 영농 폐비닐 중 20만여 톤(65.5%)만이 수거되고, 나머지는 농경지 등에 방치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농정과제의 한 축으로 정책방향을 이끌고 있는 친환경농업과 그 주역 가운데 하나인 농업미생물이 주목받고 있다. 농업미생물은 환경을 살리면서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 미래자원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20여 년 동안 미생물 농약·비료와 축산사료 개발 및 가뭄, 건조, 염해 극복 등 농축산 생산성의 향상에 초점을 맞춘 농업미생물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농업 여건 변화를 반영하여 농업미생물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임을 알고 구체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7월, 농촌진흥청은 미래 핵심 과제의 하나로 ‘미생물의 과학적 이용 및 관리기반 구축’을 선정하고 농업 분야 미생물 핵심 10대 기술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농촌진흥청은 바이오산업 분야의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해 범부처 공동연구를 기획함으로써 미래를 선도하는 R&D 분야로 농업미생물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미생물은 생명력이 강하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응하여 살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명체가 영양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물질들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종류도 많다. 미생물의 이러한 능력에 주목한다면 그동안 난제로 여겨졌던 농업환경 오염 개선의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농촌진흥청은 2020년부터 5년간 265억 원을 투입하여 영농 폐플라스틱과 토양 잔류농약 오염 등 농업환경문제 개선을 위해 미생물을 활용하는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그동안 가능성은 끊임없이 검토되었지만, 국가 R&D로 본격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연구 분야다.

이와 함께 미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의 가치에 주목한 미국은 세계 주도권 선점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NMI) 전략을 수립하고 2018년부터 5년간 8개 분야, 2개 부처가 공동 참여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범부처 전략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동·식물 생산성 향상, 병해충·질병 제어 등 농업 분야의 마이크로바이옴 R&D를 주도해 갈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5년간 우장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농업 마이크로바이옴의 주도권 확보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해 왔다.

북극해 빙산은 실제 크기의 10% 정도만이 수면 위에 떠 있다고 한다. 미생물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종 중 5% 정도만이 보고되어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5%보다는 나머지 95%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가치는 다른 사람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미생물 R&D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2020년은 ‘농업미생물 가치 혁명’의 원년으로 선포해도 될 것이다.

/황규석 농촌진흥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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