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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용비어천가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용비어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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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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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탄소년단이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사로잡는다면, 세종대왕(재위 1418-1450)은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로 백성들의 마음을 모으고자 했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음악을 역할을 중요시했다. 노래가사에 반영된 백성들의 마음과 사회의 모습을 알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노래들을 수집하여 민심民心을 살폈고, 정치적 소문을 노래 가사로 지어 퍼트리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애국가愛國歌를 들으며 마음을 굳게 다잡은 것, 현재 월드컵, 올림픽 등을 보며 응원가를 부르며 하나가 되고, 애국가를 들으며 숙연해지는 것도 노래가 가진 힘 덕분이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농업서인 ‘농사직설農事直設’, 우리나라의 하늘에 맞는 시간과 달력을 담은 역법서 ‘칠정산七政算’, 우리나라 약재 정보를 담은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등을 만드는 등 백성들에게 꼭 필요한 업적은 남겼다. 세종대왕의 눈부신 업적 중에서도 가장 비밀리에 진행되고 조심스러웠던 프로젝트가 우리말, 훈민정음의 창제이다.

당시 세종대왕은 두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훈민정음을 반대한 신하들을 설득하는 것과 조선이 고려를 뒤엎고 세운 나라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백성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었다.

세종대왕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훈민정음으로 조선 왕조의 창업을 칭송한 노래인 ‘용비어천가’의 가사를 쓰는 것을 선택했다.

‘왕이 되어 날아올라(龍飛) 하늘의 명에 따른다(御天)’는 ‘용비어천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종대왕은 조선의 건국이 하늘의 뜻을 따른 것임을 분명하게 하면서 조선 건국이 정당하다는 내용은 노래 가사에 가득 담아두었다. 백성들은 한글가사로 용비어천가 음악을 들으면서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학자들은 신성한 내용을 담아 백성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는 훈민정음의 반포를 끝까지 반대하지 못하였다.

6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육룡이 나르샤’,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등의 ‘용비어천가’ 속의 내용이 방송에도 사용되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세종대왕의 음악을 활용한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조선은 국가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고, 한글은 생명력을 얻어 우리의 문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실 역사실에서 훈민정음으로 지은 첫 번째 작품이자 세종대왕의 깊은 고민이 담긴 ‘용비어천가’를 만날 수 있다.

 

/이기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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