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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10년째 도내 장애가구에 행복 전달하는 오준규 사회복지사
“제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10년째 도내 장애가구에 행복 전달하는 오준규 사회복지사
  • 엄승현
  • 승인 2019.09.18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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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가족사진 찍어 액자 제작
올해까지 총 1306가구에 전달
18일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준규 팀장이 환한 웃음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18일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준규 팀장이 환한 웃음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제가 촬영한 가족사진을 받고 기뻐하는 장애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면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각박한 사회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행보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전북에서 사회복지사와 사진작가로 21년째 활동하고 있는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 오준규 팀장(49)은 매주 토요일이면 카메라와 각종 촬영 장비를 챙겨 도내 곳곳의 장애인 가구를 돌아다니며 무료로 가족사진을 촬영해준다.

그의 ‘선한 기부’는 지난 2009년 우연히 방문했던 장애인 가정에서 출발했다.

오 팀장은 “장애인 가정을 방문했는데 집안에 사진 한 장이 없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보니까 장애인 입장에서는 찍으러 가기도 힘들고 가더라도 발달장애인의 경우 촬영 자체가 힘드니까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라며 “그래서 사회복지사로서, 또 사진작가로서 이들을 위한 가족사진을 찍어줘야겠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2009년 9월 네이버 해피빈 후원을 통해 50만원을 마련한 오 팀장은 조명과 천막 등 각종 촬영 장비를 마련했고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가정 10가구를 대상으로 첫 촬영을 시작했다.

첫 촬영이후 장애 가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촬영 문의가 이어졌다. 그는 매주 주말이면 20㎏이 넘는 장비들을 차에 싣고 장애인 가구를 찾아나선다.

특히 2014년 고창 노부부의 가족사진 촬영 경험은 그의 착한 카메라 셔터를 10년이 넘은 현재까지 작동하게 하는 동기가 됐다.

“고창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가족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오전부터 찾아오셔서 ‘우리 할아버지가 올 건데 사진을 부탁한다’고 말씀해 기다렸다”는 그는 “오후가 넘어 촬영이 끝나가도 할아버지는 오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왜 오지 않으시는지 여쭤보자 할머니께서는 “남편이 몸이 안 좋아서 그러는데 집으로 가서 촬영해주면 안되겠느냐”고 부탁했고, 오 팀장은 장비를 챙겨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이들 노부부는 어려운 형편에 결혼식도 치르지 못한 채 5평 남짓 쪽방에 살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침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 팀장은 “할머니는 그 동안 결혼 사진 한 장 없었던 아픔, 그리고 할아버지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저희를 찾아와 부탁하신 것이었다”며 “함께 있던 직원이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워 등을 받치고 벽에 걸려있던 넥타이로 조명을 고정해 어렵게 노부부 사진을 촬영했는데, 두 분이 환하게 웃으시던 기억이 아직까지 제 뇌리에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그의 재능기부로 현재까지 도내 1306 장애가구에 가족사진이 전달됐다.

“매주 주말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데 가족들의 배려와 응원이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동시에 제 사진이 장애인 가구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일을 멈출 수 없죠”라는 그는 “사진을 받고 기뻐하는 장애 가족들을 보는 보람 때문이라도 앞으로도 촬영을 계속할 겁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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