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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해리
책마을 해리
  • 김은정
  • 승인 2019.09.19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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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늘 궁금했다. 가끔씩 전해지는 소식으로 알게 됐다. 어느 사이 쑥쑥 자라 굳건히 뿌리 내린 나무처럼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글 모르는 할머니들에게는 글을 가르쳐 주는 학교가, 마을 주민들에게는 문화를 일구는 공동체의 거점이 되었다는 것을. 고창군 해리면 나성리 월봉마을, 폐교가 된 나성초등학교에 들어선 <책마을 해리> 이야기다.

도서관이자 박물관이자 학교이기도 한 <책마을 해리>가 문을 연 것은 2012년 2월. 젊은이들이 뒤를 이어 떠난 농촌에서 책마을을 만들겠다고 나선 주인장 이야기도 그렇지만 농촌 문화의 가치와 책을 잘 버물려 새로운 문화로 진화시킨 유럽의 아름다운 책마을을 우리도 가질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책이 잉크냄새 배인 종이위의 활자로만 읽혀지지 않은지 오래. 휴대전화로 컴퓨터로 책을 만나는 시대에서 종이와 활자의 존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지만 종이책을 일상으로 다시 들여놓아 책과 책읽기의 가치를 주목하는 문화운동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문화운동을 먼저 시작한 것은 유럽의 도시들이다. 영국 웨일즈의 헤이온 와이처럼 이름을 알린 책마을도 적지 않은데 이들 대부분이 도시로 떠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해체된 마을공동체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책마을 해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전통마을이 붕괴된 이후 빠른 속도로 쇠락의 길을 가야했던 농촌마을을 10년이나 20년 사이에 일으켜 세운 유럽의 책마을처럼 해리도 이미 지역의 문화거점이 되었다. 들여다보니 그 품새가 대견(?)하다.

책 전시관, 활자 공방, 박물관, 도서관 등 책마을 해리를 이루고 있는 공간도 그렇거니와 출판학교 시인학교 그림책학교 만화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그 사이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리 없을 터.고향을 떠난 지 20여년 만에 돌아와 책마을을 일구고 있는 출판기획자 이대건 대표의 외로운 싸움의 결실이 더 빛나 보인다.

페이스북에 반가운 소식이 올라왔다. 9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열리는 ‘책영화제 해리’소식이다. 벌써 세 번째, ‘책과 영화 속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천 가지 빛깔 학교’란 주제를 더했다.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더디더라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 지역을 알고 지역이 한 몸이 되고 그래서 함께 이루어가는 과정이 건강한 문화운동이 되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바람이 실현되어가고 있다.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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