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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가득한 전투사회 촛불정신은 어디 갔나
갈등 가득한 전투사회 촛불정신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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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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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조국 사태’로 촉발된 갈등과 분열은 꼭 전투사회를 연상시킨다. 막말과 망언, 삭발, 결기는 총만 안들었지 대포급이다. 받아치는 수단도 사드급이다. 언어는 비수가 돼 급소를 찌르고 행동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조국사태는 수단일뿐 본질은 진보와 보수의 영역 확장 싸움일 터다. 목표는 총선승리와 대선 기선잡기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략과 인력을 동원한 진영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총선에 지면 대선도 끝장이다.

조국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는 갈등 가득한 전투사회다. 지역갈등, 이념갈등, 노사갈등, 세대갈등, 빈부갈등, 계층갈등 등 각종 갈등이 너무 많다. 우리사회의 갈등은 1970년대에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의 부산물이다.

농경사회가 협동에 기반한 화해구조를 가진 사회라면, 산업사회는 경쟁의 원리가 작동되는 갈등사회이다. 200여년에 걸쳐 이룬 서구의 산업화를 우리는 30년만에 이뤄냈다. 경쟁과 대립, 갈등을 녹여낼 기술이나 인내, 완충장치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존속되는 한 갈등은 필연이다. 해결은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가 극복해 내야 할 과제이다. 정치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3년전 ‘촛불혁명’은 국민적 에너지를 총합할 좋은 기회였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면서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 그리고 국정농단의 대통령을 탄핵했다. 국회에서의 투표결과는 총 299표 중 찬성이 234표, 반대가 56표였다(기권 2, 무효 7표) 대통령이 속한 정당도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졌다.

2017년 5월10일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의미 있게 들린 건 바로 이 언급이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

그리고 취임 첫 행보로 야당을 찾았다. 신선했다. 이전투구식의 과거와는 다른 정치문화가 뿌리내릴 것 같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후 문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를 정례화하지도, 수시로 만나지도 않았다. 보수와 진보는 각기 외눈박이 싸움을 벌였다. 문 대통령의 약속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 사고와 판단이 진영논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치 않으면 추진동력을 얻을 수 없다. 입법에 걸림돌이 된다. 또 일을 추진하는 건 사람인데 내 편으로만 진용을 구축한다면 반쪽만 보게 될 것이다. 갈등이 첨예한 ‘조국 사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야당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협치는 곧 정치이고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국민적 에너지가 결집된 촛불혁명은 고비용저효율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정의와 공정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협치와 인사의 탕평을 통해 촛불정신을 구현할 호기였다. 그럼에도 무위였다.

민심이반이 뚜렷하다. 지난주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국정평가는 긍정 40%, 부정 53%였다. 긍정평가가 많은 곳은 호남(69%)뿐이다. 호남민심이 버티고 있는 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호남발전을 견인해 달라는 염원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내년 4.15총선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악화된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은 “갈등 가득한 전투사회 만들자고 촛불 들었나”고 물을 것이다. 그리고 심판할 것이다. 최고 지지율을 보인 전북, 호남의 근심이 간단치 않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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