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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조작 배상판결, 검찰 항소포기 긍정적
고문조작 배상판결, 검찰 항소포기 긍정적
  • 전북일보
  • 승인 2019.09.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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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만에 무죄로 밝혀진 이른바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 의 희생자 유족 19명에게 국가가 43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26일 “고문, 가혹행위 등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인권침해 행위로 인한 치유할 수 없는 극심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 이라며 이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피고인 3명은 없었다. 지난 1982년 8월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씨가 조카인 최낙전·최낙교씨를 간첩으로 포섭해 국가기밀을 수집해 북한에 보고하는 등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최을호씨는 서대문구치소에서 복역하다 사형 당했고, 최낙교씨는 그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최낙전씨도 9년을 복역한 뒤에도 보안관찰에 시달리다 석방된 지 4개월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눈여겨 볼 대목은 법무부의 이례적인 조치다. 이날 법무부는 피해자의 권리회복과 과거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신속한 권리구제가 이뤄지도록 1심 패소판결에 대한 항소를 포기할 거라는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검찰의 의도적인 대응과는 확연히 다른 조치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검찰은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형식적인 항소·상고로 일관해 무죄판결을 지연시켜 왔다. 일반적으로 사건발생 적게는 10년 안팎, 평균 20~30년이 결려 최종 판결한 경우도 허다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의 정신적, 경제적인 고통은 가중된다.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는 더 많은 세월이 지나가면서 대부분의 피해자는 물론 가족까지 엄청한 스트레스와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노무현 정부때인 2005년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이후 국가권력의 고문과 조작으로 인한 간첩사건, 시국사건 등이 본격적인 진실규명에 나서 상당수가 무죄판결을 이끌어 냈다. 최근까지 박종철군 고문치사,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등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잇따라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이번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에서 보여준 법무부의 항소포기 방침은 억울한 피해를 당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조치로 받아들인다. 향후 이와 같은 유사한 사건 판결에서도 이번 선례가 제도적으로 반영돼 정착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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