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10-20 20:05 (일)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 살 길이 있는가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 살 길이 있는가
  • 권순택
  • 승인 2019.10.08 2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TA체결로 농업 빗장 풀리자
수입농산물로 농민 설 땅 잃어
기본소득보장제 등 대책 세워야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엊그제 장수 사과농민의 비보는 정말 안타까웠다. 8년 전 귀농해 땅을 빌리고 땀 흘려 사과밭을 일구면서 안정적인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3년째 거듭되는 사과값 폭락사태로 인해 삶의 의지가 꺾였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각광받던 장수사과가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면서 장수의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과 값이 폭락한 원인은 공급과잉과 소비부진 때문이다. 지역 소득작목으로 효자노릇을 하자 장수군에서 보조금을 주면서 대대적으로 사과나무 식재를 권장했다. 하지만 장수뿐만 아니라 경북 영주와 상주, 충북 충주,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너도나도 사과 재배에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사과나무 과다 식재와 홍수 출하,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공판장 경락가격이 사과박스 값도 안 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여기에 수입 과일까지 물밀 듯 밀려오면서 국내 과일 소비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7년 수입된 과일은 83만2000t으로 금액으로는 19억4300만 달러에 달했다. 국내 총 과일생산액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식탁에서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우리 과일이 밀려나고 아보카도 망고 체리 자몽 등 수입 과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과수농가들은 눈물과 한숨만 남았다.

이처럼 FTA 체결이후 우리 농업 빗장을 모두 풀어주면서 농업·농촌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FTA 체결 이후 미국 농축산물 수입액은 지난해 93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FTA 체결 이전보다 수입액이 60%이상 늘어났다. 반면 우리 농산물의 미국수출액은 1/10 수준도 안 되는 8억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미국과 호주산 소고기 수입량은 41만7000t으로 국내 한우 소비량 23만t보다 거의 2배에 달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박이 가중되면서 최근 소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가을 수확철에 태풍이 잇따라 몰려오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풍농을 기대했던 가을 들녘은 계속되는 태풍으로 인해 쓰러지고 넘어지고 떨어지면서 농민의 마음은 숯검정처럼 타들어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FTA로 인한 피해를 보는 농민들을 위해 1조원 규모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로 수혜를 입는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지만 올해까지 출연금은 고작 576억 원에 불과했다. 이것도 대부분 공기업 출연금이고 대기업은 몇십억 원에 그쳤다.

우리 농민들은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5% 정도가 농업에 종사했을 정도로 농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압축성장 과정에서 우리 농업·농촌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FTA 시대를 맞아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와 자치단체마다 농업의 6차 산업화와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농업융복합산업 등 첨단 농업을 도입하고 있지만 고령농과 영세농이 이 대다수인 우리 농업·농촌에는 정책적 효과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치단체마다 농민수당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고창군이 지난 9월부터 농민들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면서 지역의 추석경기가 활기를 띠었다. 전라북도는 내년부터 연간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농민단체에선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내년부터 농민 기본소득보장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지역의 영세 농민을 위해 최저 생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금전적으로 지원한다.

선진국의 경우 농업예산 직접 지원율을 보면 스위스가 82.3%, 유럽연합 71.4%, 일본 33.6%에 달한다.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벼랑 끝에 선 농민의 생존을 위해선 농업예산의 직접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