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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국산화
종자 국산화
  • 권순택
  • 승인 2019.10.09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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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봄철 개화 때 진보라색에서 점점 라벤더색으로 변하면서 매혹적인 향기로 유혹하는 미스김라일락. 미국 라일락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세계 조경수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스김라일락이 원래 우리나라 꽃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47년 미국인 식물 채집가 엘윈 미더가 북한산에서 털개회나무 종자를 채취해 원예종으로 개량한 뒤 자신의 일을 도왔던 한국인 타이피스트 미스 김의 성을 따서 꽃 이름을 붙였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부터 비싼 로열티를 내가며 역수입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유명한 구상나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지리산과 덕유산 한라산 정상 부근에만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목이다. 이를 미국의 식물 채집가 어니스트 윌슨이 1917년 한라산에서 구상나무 종자를 채집해 가 개량해서 전 세계로 역수출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종자 전쟁 중이다. 종자 산업은 IT 산업의 반도체와 같다. 농업뿐만 아니라 의학 화학 소재 분야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뒷받침하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종자 유전자원을 수집, 확보하고 이를 개량해 신품종으로 개발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종자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37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종자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은 4억8000만 달러로 1.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87.3%가 국내 판매이고 수출은 12.1%에 그쳤다. 이미 서울종묘 흥농종묘 중앙종묘 등 우리나라 종묘회사들은 몬산토 신젠타 다끼이 등 외국 종묘회사로 넘어갔고 세계 농산업시장이 독일 바이엘과 중국 중국화공, 미국 다우케미컬 등 3대 공룡기업 체제로 재편됐다.

종자 산업이 예속되다 보니 지난 2014년 이후 5년 동안 종자 무역적자가 4040억 원에 달했다. 외국산 종자 사용에 따른 로열티 지급액도 590억 원에 이른다.

정부에선 지난 2012년부터 종자 산업 육성에 2678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리 종자 산업의 국산화율은 26% 선에 그치고 있다. 일본에선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분야 수출규제에 이어 종자 농업분야 추가 규제를 거론하고 있다.

우리 종자 산업을 적극 육성해서 종자 국산화를 이루고 종자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종자 산업은 식량 안보와 직결되며 종자 전쟁은 생존게임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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