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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축구
남북한 축구
  • 박인환
  • 승인 2019.10.14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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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논설위원

북한 축구는 1966년 런던에서 개최된 잉글랜드 월드컵대회에서 8강에 진출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예선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꺾는등 뛰어난 실력으로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로 월드컵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8강전에서도 포루투갈에 연속 3골을 뽑아 이변 연출을 예고했으나 세계적 스타였던 에우세비오를 막지 못해 3대5로 역전패하면서 4강전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한국 축구는 대회 1년여전 열린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 참가 자체를 포기했다. 북한을 이길 자신이 없던 대한축구협회가 정부 당국과 협의해 아예 불참한 것이다. 북한에 패하면 큰일나는 것으로 여기던 시절의 한국 축구 흑역사(黑歷史)다. 북한 축구의 선전에 자극받은 중앙정보부가 주도해 1967년 만든 ‘양지(陽地)축구단’ 창단 배경이기도 하다.

남북한 간의 축구경기는 일제 강점기 때인 1929년 서울(경성)과 평양팀 간의 경평(京平)축구에서 시작됐다. 경평축구는 분단전인 1946년 까지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가며 9차례 열렸다. 광복이후 남북한 축구경기가 부활한 것은 양측 사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1990년이다. 경평축구 이후 44년만인 그해 10월 평양과 서울에서 국가대표들이 참가해 승부를 겨뤘다. 평양에서는 북한 팀이, 서울에서는 우리 팀이 승리했다.

스포츠에서도 역사는 반복되는 모양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이 열린 2008년 3월과 9월, 남북 축구대결을 앞두고 북한은 홈경기를 포기하면서 제3국에서의 경기를 주장해 중국 상하이에서 경기를 개최해야 했다. 북한으로서는 월드컵 대회 규정에 따라 홈에서 대회를 치를 때 평양 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연주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나아가 패배에 대한 두려움도 무시 못했을 것이다. 당시 북한은 우리와 함께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했다.

한국과의 평양 경기를 주저하던 북한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과 같은 조(組)에 펀성됐다. 북한은 이번에는 홈에서 경기를 갖겠다고 발표해 오늘(15일) 오후 평양에서 한국과의 경기가 열린다. 1990년 이후 29년만에 평양에서 국가대표 팀간 타이틀이 걸린 경기가 펼쳐진다. 한국팀이 북한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북한은 선수와 관계자들에게만 입국을 허용하고, 취재진과 응원단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 조차 없다. TV중계 마저 경기 전날에야 무산이 공식 확인됐다. 경기결과는 문자에 의존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 선수들은 응원단도 없이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하게 됐다. 현재 한국은 FIFA 랭킹 37위로 북한(113위)을 크게 앞서지만 평양이라는 변수가 크다. 시원한 골로 답답한 상황을 풀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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