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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자림원 폐쇄 그 후 (상) 장애인 아버지의 호소] “나 죽으면 우리 아들은 누가 돌봐야 하나요”
[전주자림원 폐쇄 그 후 (상) 장애인 아버지의 호소] “나 죽으면 우리 아들은 누가 돌봐야 하나요”
  • 엄승현
  • 승인 2019.10.22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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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시설 입소 못해 현재 아버지와 힘겹게 생활
복지사각지대에 노출, 전주시 현황 조차 파악 못해

‘전주판 도가니’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인 전주자림원이 지난 2015년 폐쇄됐다. 당시 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전주시는 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이 약 4년이 지난 현재 당시 시설에서 생활하던 일부 장애인과 부모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장애인은 입소할 적당한 다른 시설을 찾지 못했고, 부정을 참지 못하고 공익제보를 했던 교사들은 직장을 잃었다. 전북일보는 세 차례에 걸쳐 ‘전주자림원 폐쇄 그 이후’에 대해 조망해본다.
 

전주자림원의 시설 폐쇄로 4년 전 자림원을 떠나야 했던 한 장애인의 아버지 A씨(64)는 아들보다 먼저 죽을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그는 지난 2014년 전주자림원 사건이 불거지자 시설이 폐쇄된다는 통보를 받은 뒤 다른 장애인 부모들과 함께 시설을 나와 아들 B씨(27)와 집에서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그때 당시에는 이유도 모르고 다른 부모들이 나간다고 하니까 시설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던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며 “그런데 아들이 시설에서 나오고 보니 돌봄 때문에 생계를 할 수 없게 됐고 어쩔 수 없이 일도 포기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아들 B씨는 현재 심한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뇌전증 장애를 동반하고 있다. 시설에서 나온 뒤 아들 B씨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 둔 아버지의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아들을 돌보는 것이 힘겨워 다른 시설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B씨의 공격적인 장애 성향 때문에 강제 퇴소 조치를 당하기 일쑤였다.

아들이 거절당한 장애인시설만 5곳이 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본인은 올 7월 고관절 괴사라는 병까지 얻어 수술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하루에 먹는 약만 스무 알이 넘는다”며 “아들을 돌보는 것이 힘겨워 2017년에는 우울증을 진단받아 나 또한 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한 적도 있지만 모두가 외면한 아들을 누가 돌보겠느냐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우리 아들이 시설에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A씨는 자신보다 체구가 큰 아들을 힘겹게 끌려가듯 잡거나 긴장성 증상으로 침을 뱉으려는 아들의 입을 막는 등 한시도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주시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재 장애인거주시설의 정원 등의 문제로 매번 입소할 시설이 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단다.

실제 시 관계자는 “현재 B씨를 수용할 수 있는 중증장애인 시설의 정원이 찬 상태다”며 “이 또한 대기 인원만 50명가량으로, B씨의 경우 장애 정도가 심해 일반적인 장애시설로 입소가 힘들다”고 말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자림원 시설 폐쇄 조치로 2015년 10월 등록기준 시설내 장애인 129명은 모두 전원 조치 됐다. 하지만 B씨처럼 공식적인 전원조치 이전에 퇴소한 장애인은 물론, 전원 조치 된 장애인에 대해서도 이후 지속적인 추적이 안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자림원이 폐쇄된 후 당시 시설을 떠난 장애인들에 대한 행정과 사회의 관심이 따르지 못한 것이다.

김윤태 우석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교수는 “자림원 같은 장애인시설 폐쇄 조치 이후 이렇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며 “이를 위해선 지역사회 차원에서 예방책 등이 필요하며 특히 관련 기관들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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