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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김경희 수필집 ‘사람과 수필 이야기’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김경희 수필집 ‘사람과 수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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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2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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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여물고 삭은 문장의 세련미와 경건함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수필이지만, 문학성을 지닌 수필을 짓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필가의 도반(道伴)은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며, 수필은 오랜 연륜에서 묻어나는 삶과 인생의 맛을 전할 때 문학의 한 장르로 더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지가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는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을 되뇌며 공부하는 수필가 김경희. 그는 ‘시냇물에 비추어 보는 내 얼굴이 수필의 얼굴이고, 수필 쓰는 이들의 자화상’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이 글이요, 글이 곧 그 사람이라는 문장의 무게를 아는 것이다.

김경희는 언어의 색과 문장의 숨결을 생각하고 수필을 짓는다. 글의 숙성을 위해 자신의 성숙을 고민한다. 그래서 그의 수필에는 잘 여물고 삭은 문장의 세련미와 경건함이 있다. 성숙한 주제 의식과 깊은 사유로 일관된 세계도 잘 노정돼 있다. 주장이 아닌 사색이며, 깨우침이다.

그는 늘 “나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드러내놓고 작품을 앞세우지도 않는다. 섣불리 문학을 앞에 놓고 목소리 높이는 일에도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그의 글에는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을 넉넉한 가슴으로 대하며 나이의 무게만큼 의연해져야겠다고 스스로 다잡는 사내가 있다. 겨울나무처럼 꺼칠하고 밋밋해도 세상을 향해 칭얼대지 않는, 패기 있는 사내다. 따끔하거나 간질이거나 하면 ‘주저 없이 연필심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살아온 삶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경희에게 수필은 생활을 되돌아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헛물켠 시간이나 헛짚은 날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헛발질 다음에야 길을 열어주는 세상이지만, 그가 가진 예민한 촉수는 상처와 결핍을 단단하게 붙드는 서정으로 더 튼실한 옹이를 만든다. 그래서 문학적 상상에 스며드는 체험에도 무게가 느껴진다.

자신의 문학을 일으킨 텃밭의 소중함을 아는 그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생각하게 되듯, 어제의 글보다 좋은 오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데 즐거움과 고민이 있다.”면서 일백여섯 번의 공정을 거치는 합죽선 제작 과정과 수필 인생이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수필은 “세월을 두고 묵혀 정신을 다듬이질하고, 영혼을 다리미질하는” 일과 같다는 뜻이다. 그가 지은 수필집 <사람과 수필 이야기>(수필과비평사·2015)를 펼치면 그 의미는 더 깊고, 간결하다.

*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한 최기우 작가는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무대극에 집중하고 있다. 희곡집 <상봉>과 창극집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와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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