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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와 무주
영주와 무주
  • 김은정
  • 승인 2019.10.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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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경상북도 영주는 인구 10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조 건축인 무량수전을 안고 있는 부석사와 소수서원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영주 역시 한국의 많은 중소도시들이 그렇듯이 소멸위험도시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인구가 줄면서 도시권의 중심이 쇠퇴하고 빈공간이 늘어가는 환경도 여느 도시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영주가 얼마 전부터 다른 자치단체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구도심의 근저에 들어서는 공공건축물이 그 시작이다. 이 작은 도시를 ‘공공건축의 성지’로 부상시킨 영주의 공공건축물은 대부분 본새나 기능이 예사롭지 않다. 해마다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뒤를 이어 찾아 오고 도시재생과 건축학도들의 답사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니 영주는 도시 자체로 명물이 된 셈이다.

영주의 변화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오래된 도시의 재생이 부상한 시기다. 당시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전국 소도시의 도심재생을 과제로 삼고 있었다. 연구소는 도심재생 마스터플랜을 함께 실행할 도시를 모집했으나 가능성이 있는 10개 도시 중 단 한곳, 영주만 이 작업에 참여했다. 영주시는 2009년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시장 직속으로 ‘디자인관리단’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지역건축 디자인 기준을 마련하고 영주시 경관 및 디자인 조례를 제정했으며 공공건축의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업무를 확충해갔다. 시스템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놀라웠다. 그중에서도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올해 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문한 자리에서 “영주가 성공적으로 도입한 공공건축가 제도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내세웠을 정도다. 시민활동을 매개하는 노인종합복지관, 공간성이 돋보이는 장애인종합복지관, 영주실내수영장과 대한복싱전용훈련장, 148 아트스퀘어 등 도심 곳곳에 자리 잡은 공공건축물과 공간들은 영주의 오늘을 빛낸다.

전북에도 이런 도시가 있다. 1996년부터 10년여 동안 건축가 고 정기용의 프로젝트로 태어난 30여개 공공건축물을 가진 무주다. 무주의 건축물들도 한때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었지만 지금은 공공건축물의 쓰임과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

문득 10여년이나 지난 영주가 아직도 공공건축물의 성지로 건재한 바탕이 궁금해진다. 들여다보니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정책의 지속성이다. 무주의 공공건축물이 잊힌 이유 또한 분명해진다. 새삼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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