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12-13 17:19 (금)
[신간]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본질, 상실 딛고 집에 가 닿을까
[신간]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본질, 상실 딛고 집에 가 닿을까
  • 김태경
  • 승인 2019.11.06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민숙 시인 네번째 시집 '둥지는 없다'
사회적 인식 넘는 거침없는 도전 엿보여

부안 출신의 강민숙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둥지는 없다>(실천문학사)의 발간과 함께 ‘상실’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강 시인은 1990년대 중반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를 통해 많은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그리움을 낳아 기른 슬픈 시인의 사랑을 노래했다”는 평도 받았다. 나이 서른에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를 동시에 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은 둥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 앞에 시인을 서게 했다.

‘둥지가 없다’는 사실은 ‘상실’을 의미하며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을 떠올리게 한다. 둥지를 잃고 몽골과 티베트를 거쳐 인도, 히말라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둥지를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은 끝이 없다. ‘바람의 구두’가 된 시인은 지구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자신이 보고 듣고자 했던 실체에 대해 생각한다.

마침내 시인은 애초부터 인간에게 ‘둥지는 없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인식하면서 궁극적인 실존에 질문을 던진다. 치열한 몸부림을 치는 것이야말로 뭇 생명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도전이자 사명(使命)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제 떠나지 않고도 만나는 인연이고 싶다”는 시인의 말이 그렇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영위하는 방법이 각기 달라도 생명을 받아 유지해나가는 본질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54편의 시편에 배어 있다.

신경림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어둡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강민숙 시인은 두려움 속에서 날개를 접고 어둠을 응시하며 떠는 새의 연약한 모습에 자신을 비유하곤 했다”며 “그에게 시는 어둠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버팀목이 됐는데, 만약에 시가 아니었다면 그는 어둠속 그림자로 묻혀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등단한 강민숙 시인은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1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아동문학상과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