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11-22 16:13 (금)
[동행] 유빈이와 다빈이의 기다림
[동행] 유빈이와 다빈이의 기다림
  • 디지털뉴스팀
  • 승인 2019.11.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틸 = KBS 동행
스틸 = KBS 동행
스틸 = KBS 동행
스틸 = KBS 동행

둘도 없는 단짝, 유빈 다빈 자매

새벽 6시. 유빈(8), 다빈(7) 자매가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이다. 둘만 남은 아침. 언니 유빈이는 동생 다빈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학교 갈 준비를 한다. 7시 50분이 되면 배웅해 주는 사람 없이 집을 나서는 자매. 병설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을 교실로 들여보내고서야 자기 반을 찾아가는 유빈이다. 하굣길에서도 동생을 챙겨 집으로 오지만, 역시 반겨주는 사람이 없다. 집에 오면 마당 빨랫줄에 걸린 빨래를 걷는 일이 일상이 된 자매. 어른 위주의 살림살이들은 손이 닿지 않는 자매에게 늘 까치발을 치켜들게 한다. 여덟 살이지만 엄마 노릇을 하는 유빈인 야무지게 쌀을 씻어 밥을 하고 동생 저녁을 챙겨 먹이고 설거지까지 해낸다. 저녁이 되면 기다림에 시무룩해진 동생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늦게까지 활짝 열어 놓은 대문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매. 바로 할머니가 돌아올 시간이기 때문이다.

스틸 = KBS 동행
스틸 = KBS 동행
스틸 = KBS 동행
스틸 = KBS 동행

손녀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할머니

자매의 친할머니 박명자(63) 씨는 6년 전, 손녀들을 품에 안았다.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간 며느리, 돈 벌러 타지로 떠난 아들 대신이었다. 집도 돈벌이도 없이 손녀들을 키우기에 막막했던 할머닌 5년 전부터 목욕탕 청소 일을 시작했다. 새벽부터 손녀들 챙기고 하루 네 번 오는 버스를 동동거리며 갈아타는 고된 출근길. 땀범벅이 되도록 청소하는 일이 점점 힘에 부치지만, 대장암에 걸린 아들 병원비며 생활비를 보태주느라 일손을 놓을 수가 없다. 뇌졸중에 달고 사는 약만 여러 개. 손녀들이 좋아하는 음식 하나, 장난감 하나, 옷 한 벌조차 사줄 수 없는 쪼들리는 형편이 그저 미안하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에도 새벽부터 나가 품앗이를 하며 악착같은 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몸이 힘든 것보다 늘 어린 손녀 둘만 집에 남겨두고 나와야 하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스틸 = KBS 동행
스틸 = KBS 동행

여덟 살, 일곱 살의 기다림

여덟 살 유빈이는 단 한 번도 ‘엄마가 보고 싶다’며 떼쓰지 않았다. 엄마가 떠난 건, 유빈이 나이 고작 세 살 때였다. 엄마 품을 모르고 자란 유빈이와 다빈이. 사랑에 목마르고 사랑이 고픈 자매는 언젠가부터 자신들에게 잘 대해주고 잘 놀아주는 사람을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매에겐 엄마가 여럿이 되어버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할머니가 돌아오는 저녁 7시 50분까지 둘만 남아 시간을 보내는 자매. 가끔 자매의 특별한 엄마가 다녀갈 때면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문 앞을 지키고 떼를 쓰곤 하지만, 결국 또 둘만 남게 되는 저녁이다. 속상한 마음을 꾹 누르며 울음을 참는 동생 다빈이를 가만히 안고 달래주는 언니 유빈이. 오늘도 깜깜한 집 앞 골목길에서 자매는 할머니를 기다린다. 할머니는 자신들을 떠나지 않고 오래오래 지켜줄 것을 알기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