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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동진면에서 수제 현악기 제작하는 박경호 씨 “악기를 만들때 항상 연주자와 청중을 생각합니다”
부안 동진면에서 수제 현악기 제작하는 박경호 씨 “악기를 만들때 항상 연주자와 청중을 생각합니다”
  • 홍석현
  • 승인 2019.11.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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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 난 한적한 시골길 끝자락 황토 흙집에서 아름다운 모양과 화려한 색을 가진 깊은 소리의 바이올린이 걸려있는 작업실. 자신을 제작자라 소개하는 박경호(50) 씨를 만났다.

이탈리아 여행 중 우연히 현악기 제작학교에 들어선 순간 나무 향에 이끌렸고 소리를 창작해 내는 모습에 반해 1999년 이탈리아 굽비오 악기제작학교(Maestri Liutai Scuola di Gubbio ltalia, Maestri Archetai Scuola di Gubbio ltalia)에 입학했다. 한국인 유학생 1호, 실기는 꼴찌로 입학해 만점으로 졸업했다. 그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과르네리, 아마티 등 바이올린 3대 명장을 얘기하며 이들과 닮은 소리를 찾고 모방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 또 다른 소리도 존재한다는 생각에 나무도 모양도 바꿔가며 소리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는 “바이올린은 5도 음계로 완벽하리 만큼 물리적 음법칙 정수의 영역에 도달해 있다”고 말했다. 3대 명장의 소리를 복원해 내는 사람이 명장으로 추대 받는 현실에서 그는 ‘왜 만들어진 소리를 똑같이 만들려 할까? 창작활동을 하는 제작자로서 왜 그 소리만 담으려 할까? 그리고 만족해하면서 모방해야 할까?’ 이런 의심이 생겨 또 다른 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온 시간이 20여년이다.

“바이올린을 만들 때 항상 연주자와 청중을 생각하며 만듭니다. 내 악기를 누군가 연주할 때 그 악기의 생명의 소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악기는 돈이 드는 올드악기여야 한다는 인식을 깨고 연주자가 찾아와 항상 연주하고 싶은 악기여야 합니다.” 그는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지금 만드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가는 시대에 장인이 만든 악기들은 300∼400년을 흘러도 더 좋은 소리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박경호 씨의 작품은 2014년 10월 서울시 초청 서울숲 커뮤니센터 개인 작품전 개최, 2016년 5월 오스트리아 카린시안 국립음악원 바이올린 전시회 등을 통해 많은 관람객과 연주자들의 직접 연주를 통해 좋은 소리로 퍼져 나갔다.

또한, 박 씨가 발간한 작품 도록에 ‘현악기는 만든 사람의 철학을 담는 그릇이며 집입니다’ 라는 시작 글과 함께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가며 작품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는 지면 속의 또 다른 현악기장 박경호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어린 시절 농사꾼인 아버지는 갖가지 신기한 물건들을 직접 만드셨고 어린 아들은 아버지의 손재주를 지켜보며 자랐고 그 재주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뿌리가 있던 곳, 부안군 동진면 봉황마을에 스스로 황토 흙집을 짓고 깃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 집을 거대한 악기라 불렀다.

나무 향 속 아름다운 선율을 찾아가고 있는 박경호 씨는 “앞으로도 꾸준히 힘이 되는 순간까지 좋은 소리를 찾아가면서 창작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고향 황토 흙집에서‘나무 향 속 아름다운 선율’이라는 현악 공방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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