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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역사성 있는 미래도시로
전주, 역사성 있는 미래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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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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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석 수묵화가·전 전통문화대 교수
김호석 수묵화가·전 전통문화대 교수

도시는 단순히 현대적 이미지가 아니라 정신과 역사 그리고 장소와 시대 등이 반영되었을 때 보다 높은 생명력을 가진다.

전주는 조선 역사의 중심에 위치한다. 전주 이씨의 시조를 모신 조경단이 있고 국내 유일의 태조 어진이 봉안된 경기전이 있다. 그리고 전주사고가 있었다.

현재 전주는 선비, 풍류, 한지, 한식, 한옥. 판소리 등 다른 지역들에 비해 풍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로 묶어낼 대표 개념이 모호하다, 지금 전주는 문화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국제적 보편성으로 확대 발전 시켜야 할 시대적 소명 앞에 서있다.

규장각엔 조선시대에 제작된 전주지도가 있다. 보물 1586호로 지정된 지도는 동남서북의 전주읍성을 중심으로 성 밖 풍경까지 요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화풍으로 볼 때 겸재풍의 수묵 담채화로 산과 나무는 회화성 있게 그렸지만 건축물은 계화 기법을 차용한 조선시대 전통을 따르고 있다. 지도 그림에 주목하는 이유는 조선시대 전주의 상징을 특유의 나무 문화로 특화시켜 인간이 사는 이상사회를 구체적 계획으로 현실화 시켰다는 점에 있다.

지도를 보면 가장 먼저 봄꽃의 색이 눈에 들어온다. 그림 속 나무는 키가 작고 흰색 꽃이 피는 수종이 가장 많다. 오얏나무이거나 매실나무로 추정된다. 키가 크고 흰색 꽃이 핀 나무는 벚나무로 보이고, 붉은 바탕에 흰색 꽃나무는 앵두와 살구나무를 형상화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붉은 색이 번진 꽃은 복사나무, 키가 작고 진한 홍색 꽃이 피는 나무는 일명 산당화라 부르는 명자나무이다. 그림 속에 묘사된 꽃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개화 시기는 4월 중순에서 말일 경으로 추측된다. 성안에 꽃은 없지만 키가 큰 나무들이 여럿 등장한다. 성 밖 하천변에는 버드나무와 선버들 그리고 갯버들이 있고 산자락에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잡목도 다수 확인된다.

전주 이씨가 성으로 사용하는 李는 ‘오얏‘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얏은 자두나무 열매를 크게 개량한 것으로 중국이 원산지이다. 오얏나무를 중심으로 전주읍성을 조경한 것은 전주가 전주 이씨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시조묘(廟)가 있는 본향임을 의미한 것이다. 나무를 통해 상징을 부여한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정신문화의 구현으로 판단된다. 이는 조선 이미지를 나무로 표현한 전주만의 독특한 문화현상이다.

조선시대 지도 속에 오얏 꽃이 만개한 전주의 모습은 기쁨의 눈물 같은 희열을 선사한다. 물론 슬픔의 웃음도 있을 것이다. 꽃은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만든다. 동시에 꽃은 자기의 영화를 생각하게 하고 결실에서 미래의 성과를 기대하게 하는 등 상징이 함께한다. 궁궐의 내부에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오얏꽃 문양이 그려져 있다면, 전주에는 꽃나무를 심어 생명력 있는 모습으로 반영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전주 모습은 어떤가. 다른 지자체와 달리 전주만의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품격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가. 전주시는 스스로 전주의 도시적 상징을 꽃심이라 명명하였다. 문학작품 속에서 차용해 온 단순한 용어만을 넘어 이제는 전주만의 실질적인 특징과 문화적 정체성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지 또한 전주의 상징물이다. 오얏나무와 함께 한국 토종인 닥나무를 육종하여 가로수로 심는다면 전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찬란한 역사를 일구었던 본향의 전주가 나무와 꽃으로 근거와 본을 중요시 했던 것처럼, 현대의 전주가 일구어 나가야 할 시대적 소명은 무엇인가 ‘공동지성’과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김호석 수묵화가·전 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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