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9-12-10 23:09 (화)
고 문광욱 일병의 9년 전 사진 3장
고 문광욱 일병의 9년 전 사진 3장
  • 기고
  • 승인 2019.11.20 2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선우 전북서부보훈지청장
황선우 전북서부보훈지청장

올해 수능일(11월 14일)에도 어김없이 추위가 몰려왔다. 우리네 부모들은 자식들이 행여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추위 때문에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한다.

9년전 11월 23일. 매우 추웠을 그날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다. 북한의 포격으로 안타깝게도 장병 2명(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군부대에서 공사중이던 민간인 2명도 사망했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도발을 비롯한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등 6·25전쟁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는 북한의 도발을 상기하고, 이에 맞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을 온 국민과 함께 추모하기 위해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정해 기념식 등 다양한 추모행사를 갖고 있다.

올해 3월 22일에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정부 행사뿐만 아니라 우리지역 전주, 군산, 익산 등에서 기념식과 추모행사 등이 열렸다. 이날 ‘고 문광욱’ 일병의 고향인 군산 추모식장에서 문 일병 아버지가 눈물을 삼키며 했던 말을 되새겨 본다.

“지청장님! 오늘 우리 광욱이 사진 3장을 부대 소대장한테서 받았는데요. 정말 울컥했어요. 9년이 다 돼가는데 엊그제 일 같아요. 너무 마음이 아파 광욱이 엄마한테는 말도 못했어요.”

그 말을 하면서 가슴으로 울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군복입은 아들의 9년 전 사진을 보고 아버지는 얼마나 반가웠을까? 또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하는 마음에 지금도 먹먹해진다.

그때 받은 사진 3장은 아직도 광욱이 엄마한테 보여주지 못하고 승용차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돌아오지 않는 광욱이를 대신해 반려견을 입양하고 자식처럼 보살핀 지도 벌써 9년이 되어간다고 한다.

자식 잃은 슬픔을 과연 어떤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부모를 잃으면 땅에 묻고,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이웃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과 그 유족 또는 가족이 아픔과 그리움 속에 살고 있다. 6·25전쟁에 참전한 남편이 생사불명으로 돌아오지 않아 70여년 동안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미망인, 유격훈련중 반신불수가 된 아들의 건강한 모습을 그리면서 40여년 동안 아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는 90세 노모, 군 복무중 선임병들의 따돌림 등으로 대인기피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아들이 걱정인 아버지 등 모두 우리들의 부모님들이다.

보훈공직자로서 이 분들에게 비록 크지는 않더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의료나 복지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제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때로는 방문해 직접 생활환경을 살피거나 더 도와드릴 것이 없는지 찾아보기도 하며, 살아오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잡아드리며 이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 노력해 보지만 마음 한 켠에 남는 미안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앞으로 다시는 광욱이 부모님이, 6·25전쟁 미망인이, 중상이자의 90세 노모 등 보훈가족이 슬퍼하는 일이 없게 하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다가오는 11월 23일은 연평도 포격도발이 있은 지 9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잠들어 있는 국립 대전현충원에서는 해병대사령관이 주관하는 추모식이 열린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젊음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차가운 서해바다에서 조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황선우 전북서부보훈지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