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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의 후예
명창의 후예
  • 김은정
  • 승인 2019.12.05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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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이날치는 1800년대 활동했던 판소리 명창이다. ‘경숙’이란 본명이 있지만 젊은 시절, 날치같이 가볍고 날쌔게 줄타기를 타 ‘날치’란 이름을 따로 얻었다. 담양 출신인 그는 대부분 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습 예인이었다. 당초 줄타기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판소리에 마음을 두어 명창 박만순의 수행고수로 들어갔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박만순이 자신을 하인 다루듯 하자 박차고 나와 서편제 대가인 박유전 명창의 수제자가 되었다. 서편제 소리 계보를 잇는 이날치는 수리성 성음에 큰 성량을 갖고 있는데다 탁월한 기량과 빼어난 발림으로 청중들을 압도 했다. 특히 슬프고 한 서린 대목을 잘 표현했는데,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실제 새가 날아들었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그의 소리를 이어받은 이는 손자 이기중이다. 할아버지만큼 이름을 얻진 못했지만 이기중 역시 신영채·임방울·김연수 등 당대의 명창들과 교류하며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흥보가> 의 ‘박타는 대목’이나 <춘향가>의 ‘이별 대목’, <심청가>의 ‘밥 빌러가는 대목’은 청중들을 감동시켰던 대목으로 꼽힌다.

그의 딸이 명창 이일주다. 이기중은 자신의 딸을 일찌감치 소리꾼으로 대성할 재목으로 눈여겨 엄하게 가르쳤다. 7남매 자식들의 앞길을 걱정해 소리까지 작파했던 그가 왜 큰딸을 소리꾼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리 배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딸을 바로 세워 무섭게 가르쳤던 덕분에 이일주는 오늘을 대표하는 명창이 될 수 있었다.

이일주의 ‘높고 단단하고 제대로 쉰 치열한 소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조카 장문희 명창이다. 스물아홉 살, 대회 사상 가장 어린나이로 전주대사습 명창의 반열에 올라 주목을 모았던 그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을 이모이자 스승인 이일주 명창의 혹독하리만치 엄한 가르침으로 더욱 잘 다듬어 오늘날 가장 주목 받는 소리꾼이 됐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는 이일주 명창을 판소리에서 최고로 치는 자질, 다시 말하자면 ‘구성 있는 목과 서슬’을 갖춘 명창으로 꼽는데, “장문희 역시 이 목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옛 말이 틀리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가업으로 판소리를 잇는 소리꾼이 거의 없다. 40대 젊은 명창 장문희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한 눈 팔지 않고 전통 판소리 전승에만 전념해온 장문희가 다섯 시간이 넘는 심청가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명창의 후예다운 묵직한 걸음을 마주하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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