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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빨리 쓰려고…학생들 수업환경은 '뒷전'
예산 빨리 쓰려고…학생들 수업환경은 '뒷전'
  • 김보현
  • 승인 2019.12.08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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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재정 집행률 높이기 위해 도내 학교들 공사 중
전주 A초교 교문 교체 및 진입로 공사·B중학교 외벽 공사 중
학부모 “수업 중 소음 호소, 학부모들 안전 걱정 돼 등굣길 동행”
전주교육지원청 등 “최대한 학생 피해 적은 외부 공사 위주로 진행”
지난 6일 전주 A초등학교가 교문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공사 현장 바로 옆을 지나가 공사 먼지와 안전위험에 노출돼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 6일 전주 A초등학교가 교문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공사 현장 바로 옆을 지나가 공사 먼지와 안전위험에 노출돼 있다. 조현욱 기자

“자녀가 수업 중에 공사 소리가 시끄러워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정문을 모두 막은 공사 현장이 불안한 학부모들은 등하굣길을 동행하고 있어요.”

전북 교육당국이 연말 재정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방학을 앞두고도 12월 학기 중 잇따라 학교 공사를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학부모와 학교 등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 수업환경은 뒷전인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이 크다.

지난 6일 전주 A초등학교 앞. 학교 건물 바로 옆 정문이 있어야 할 자리엔 철거된 문대신 벽돌과 쇠파이프, 나무 상자, 흙더미 등이 가득했다. 인부들이 연신 자재를 나르고, 포크레인이 흙을 퍼 땅을 다지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자리한 학교 건물과 운동장과 분리하기 위해 주황색 안전 가림막·녹색 안전망을 둘렀지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침입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워 보였다. 기계가 움직이거나 자재가 부딪치는 소리 등은 옆 건물에까지 전달되기 충분했다.

이 초등학교는 지난 11월 29일부터 교문교체 및 진입로 보행·차도 분리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는 최소 3주 후인 20일께나 끝날 예정이다.

A초교 학부모는 “학교가 최대한 불편 없게 조치한다고 했지만 애들은 시끄럽고 신경 쓰인다고 한다”며, “12월 말이면 겨울 방학이 시작된다. 한 달 뒤 안전하고 편하게 공사할 수 있는데 굳이 아이들 등하교 기간에 공사하는 건 이 학교 아이들을 무시한 교육당국의 갑질이다”고 언성을 높였다.

A초등학교 역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불만에 충분히 공감하고 학교 역시 학생들 학습권, 안전 걱정에 학기 중에 공사를 원치 않는다”면서 “상위기관에서 12월까지 재정 집행률때문에 예산 조기 집행이 필요하다고 하니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근 B중학교 역시 외벽 공사가 한창이었다. B학교 학부모는 “날씨 탓에 더 추워지기 전에 공사를 한다고 들었다. 교육지원청 지원 사업이면 미리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연말에서야 부랴부랴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정부 차원에서 재정 집행률 높이기를 권장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사일정을 최대한 고려해도 공사 기간·추경예산 반영·날씨 등의 한계로 양해를 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대신 학생 피해가 적도록 외부·단기 공사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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