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셴펑 서점
셴펑 서점
  • 김은정
  • 승인 2019.12.12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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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중국 장쑤성의 성도인 난징(南京)에는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민영 서점이 있다. 셴펑(先鋒) 서점. 앞자리를 지킨다는 뜻을 가진 이 서점의 역사는 의외로 그리 길지 않다. 셴펑이 문을 연 것은 1996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상점과 유적지가 밀집되어 있는 타이핑난루에 다섯 평 남짓한 작은 책방으로 문을 연 것이 그 시작이다. 게다가 셴펑의 이름을 알린 것은 2004년 9월에 문을 연 우타이산의 본점이니 역사는 더욱 짧아진다. 그럼에도 셴펑은 우타이산 본점을 연지 5년 만에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CNN)이 되었으며 개관 10년째 되던 2010년에는 BBC가 셴펑을 ‘세계의 아름다운 10대 서점’으로 선정했다.

셴펑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출판인 김언호씨가 펴낸 <세계서점기행>을 통해서다. 그리고 두 번째. TV의 다큐프로그램으로 셴펑을 다시 만났다. 인문예술학술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이 서점의 운영방식은 놀라웠다. 독자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중심 공간을 마치 공공도서관 형식으로 바꾼 공간의 특성도 그렇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열정은 더 흥미로웠다.

사실 셴펑은 낡은 공간을 다시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바꾸어 도시를 일으키는 통로가 되었으니 성공적인 재생의 사례로 꼽을만하다.

3700㎡의 우타이산 본점이 들어선 곳은 당초 군용벙커였다. 한 시절 체육관 주차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이 공간은 지금 책의 보고가 되었지만 과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흔적들이 서점 곳곳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서점을 일으켜 세운 사람은 첸샤오화씨. 그는 칠판 글씨를 볼 수 없어 중학교를 중퇴했을 정도로 근시였지만 책을 좋아해 끝내는 ‘인문정신을 파는 서점’ 셴펑을 만들고 확장시켜 이 도시의 랜드마크로 성장시켰다. 흥미로운 일은 또 있다. 해발 900미터, 불과 인구 100명 남짓한 산골오지마을에 셴펑 분점을 연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실어 나른 책 2만권으로 낡은 공간을 아름답게 채운 이곳 셴펑 분점은 1년 만에 세계 곳곳에서 독자들이 찾아오는 책마을이 되었다. 이 작은 마을의 변신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책의 가치가 반갑다.

난징에는 1000여개의 서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셴펑은 ‘고도 난징의 12대 문화명소’ 의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난징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었다는 증거다.

도시의 문화와 정신을 상징하는 서점의 존재가 더욱 새삼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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