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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의 접견교통권
소년범의 접견교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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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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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최낙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범죄 혐의가 있는 자들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은 뒤 법원의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결정되고 그에 합당한 형을 선고받는다. 우리나라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여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수사과정에서는 구속되지 않고 가족과 변호인을 자유로이 만나며 원만하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예외적으로 수사 단계에서부터 구속이 되는 피의자들도 있다. 이들은 수사 단계부터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가족을 만나거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어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많은 고충을 겪게 된다.

이와 같이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피의자들이 가족 또는 변호인을 접견하여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이라고 한다. 수사의 방향에 따라 판결의 유무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구속 피의자의 접견교통권은 매우 중요하며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판례 또한 이 접견교통권을 매우 중요한 권리로 표현하며,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의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은 그 인권보장과 방어준비를 위하여 필수 불가결한 권리이므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은 물론,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법원의 결정으로도 이를 제한할 수 없는 것이고, 그 절차상 또는 시기상 제약도 없다는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접견교통권은 성인에 비해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특히나 더 중요하다.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구속된 청소년이 자신의 미성숙한 판단에만 의지하여 수사를 받고 재판을 준비한다면 사실상 방어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소년법을 적용하는데, 소년부 판사가 사건을 조사?심리하는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재판을 받을 때까지 피의자인 청소년을 소년 분류 심사원 등에 임시로 위탁할 수 있다. 위탁이라는 다소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형사사건의 구속과 유사한 처분으로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신체를 구속하여 재판을 받을 때까지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소년원에 위탁하는 것이다. 이때 청소년은 사건 발생지에 위치한 소년원에 위탁되기 때문에 결국 집 근처에 위탁되어 가족과 변호인의 접견을 통해 조력을 받고, 정서적인 안정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 전북지역의 경우에는 임시조치를 받는 전북지역의 청소년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 전주소년원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2013년부터는 전북에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소년범을 전주소년원에 임시 위탁하지 않고 전주에서 약 100km 떨어진 거리의 광주소년원에 위탁해오고 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전주에 거주하는 소년범의 가족은 자녀를 만나기 위해 왕복 3시간의 거리를 이동해야만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소년범을 주거지와 먼 거리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가족들의 접견이 어려워지고, 결국 소년범은 수사단계와 재판단계에서 실질적인 조력을 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 일각에서는 범죄자들의 접견교통권이 제한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무죄추정의 원칙 상 이들은 무죄로 추정되는 자들이며 그에 합당한 접견교통권을 보장받는 것이 마땅하다. 추후 그들의 범죄가 판결로써 인정된다 하더라도, 청소년에 대한 처벌은 응보의 목적을 가지고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아니며 원만한 처분을 통해 그들을 사회적으로 갱생시키고 인간성을 회복시켜, 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이러 목적에 따르더라도 근시일 내에 전주소년원의 시설이 확충되고, 관련 제도가 정비되어 전북 지역의 청소년들이 전주소년원에 위탁되는 것이 합당하다. 2013년부터 지속되어온 소년범의 접견교통권 침해가 하루빨리 시정되기를 바란다.

/최낙준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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