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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차제에 시민참여 공론조사로 넘겨라
선거법 개정, 차제에 시민참여 공론조사로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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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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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진통 끝에 합의안이 도출되는가 싶더니 선거법 협상이 급기야 미궁에 빠졌다. 선거법 개정은 지난해 12월 여야 5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한 사안이었다.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를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야는 합의점을 도출해 내지 못한 채 1년을 허송세월 하고도 최근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누더기를 만드는가 싶더니 이젠 아예 좌초 위기에 빠뜨렸다.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민주주의)’는 온데간데 없이 ‘비토크라시(vetocracy·반대만을 위한 정치)’만 난무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을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나 라이벌이 아닌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문희상 국회의장)

국민도 개탄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간에 서로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이게 정당이고 국회냐는 질책이 잇따른다.

선거의 룰은 매우 중요하다. 유 불리에 따라 여야 각 정당의 정치세력이 좌우되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명멸도 영향 받는다. 이 때문에 정당은 선거법 개정에서 유리한 여건이 반영되도록 사활을 걸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렇듯 첨예한 사안을 이해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이 쥐락펴락 한다는 데에 있다. 한 치 양보와 타협이 없다. 당리당략에 능하고 사생결단식 대치가 동원된다. 여야는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선거법 개정, 선거구획정 때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선거법 개정의 주체를 이해관련이 없는 제3의 기관에 위임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앙선관위가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면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국회나 정당이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돼 대의 민주주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참여 민주주의를 도입, 보완하자는 것이다.

좋은 사례가 있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원전중단 방침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일자 공론조사로 넘긴 것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해 8월말부터 시민참여단 구성에 들어갔고, 19세 이상 무작위 추출된 국민 500명 중 오리엔테이션과 2박3일 합숙토론에 참가한 471명이 결론을 냈다. 관련 정보와 자료는 정부와 기관이 모두 제공했다.

시민참여단은 이해 10월20일 ‘원전 재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정부는 재개 결정을 확정, 발표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한 의미 있는 사례다. 우리나라 최초의 숙의 민주주의(熟議. deliberative democracy) 모델이다. 공공의제 토론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 합의에 도달하는 민주적 절차다.

선거법 개정이야말로 그 권한을 시민들에게 돌려야 마땅하다. 국회의원과 정당이 조정과 타협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집단 이기주의에 함몰돼 있으니 선거법 개정 권한도 ‘신고리 5,6호기 원전’ 사례처럼 시민들이 돌려받자는 것이다.

관건은 국회의 동의 여부다. 어렵지 않다. 공론조사의 필요성과 절차를 명시한 법을 국회가 통과시키면 가능할 것이다. ‘대의제의 위기’를 스스로 초래한 집단, 정치력도 없이 ‘식물국회’라는 비아냥을 자초한 집단 아닌가. 선거법 개정 권한을 내놓아야 맞다.

또 이해관련 사안을 국회의원 자신들이 결정하는 건 이해충돌 배제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국회와 지방의회 상임위에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의원을 배치하지 않는 이치와 같다.

정치판이 양보와 타협, 리더십을 보이기는 커녕 걸핏하면 거리투쟁, 네탓 공방만 일삼고 이젠 국회난입까지 벌이고 있다. 국민은 더 이상 대의 민주주의에 만족치 못하고 저항의 정도는 높아질 것이다. 차제에 선거법 개정 만큼은 시민 공론조사로 넘기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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