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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전북여행] 소풍 다니던 옛길, 완주 운문골 마실길 “잣나무와 편백 향기를 맡으며 걷는 둘레길”
[뚜벅뚜벅 전북여행] 소풍 다니던 옛길, 완주 운문골 마실길 “잣나무와 편백 향기를 맡으며 걷는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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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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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맞이할 준비도 못 했는데 첫눈이 뿌리고 지나갔습니다. 이미 겨울이 당도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햇볕은 따스한데 바람 끝에는 날이 바짝 섰습니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갑게 느껴집니다. 바람을 이기는 방법은 걷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완주 운문골 둘레길을 다녀왔습니다. 초겨울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완주 운문골
마실길

운문골 마실길은 경천면에 있는 경천저수지와 고산면에 있는 대아저수지를 연결하는 둘레길입니다. 출발은 완주군 경천면 소재지에 있는 생활체육공원에서 했습니다. 생활체육공원은 주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생활체육공원을 뒤로하고 서쪽 구룡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구룡교는 구룡천을 가로질러 놓여있습니다. 구룡교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구룡천은 시리도록 맑고 푸릅니다. 완주에서 시작된 맑은 물은 만경강의 마중물이 되어 도도하게 흐르는 강을 이룹니다. 운문골 마실길은 시작과 끝 부분에 물길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두 물길은 고산면에서 만나 만경강의 세를 키우게 됩니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에는 경천애인 농촌사랑학교(농촌인성학교)가 있습니다. 이곳은 경천면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체험장입니다. 경천애인에서는 학교, 회사, 지자체, 개인 등을 대상으로 체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농사철에는 농산물 수확 체험을 할 수 있고, 상시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이곳에서는 숙박과 식사를 할 수 있고 강당 시설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경천애인 농촌사랑학교 맞은편에 있는 산 아래에는 ‘안산’이라는 표지판이 있는데요. 안산(案山)이라는 것은 집이나 묘지의 앞에 있는 작은 산을 말합니다. 집이나 묘지의 뒤를 감싸고 있는 산이 주산(主山)이고요. 즉 이 산은 경천면의 안산을 의미합니다. 안산의 이름은 옥녀봉인데요. 개울을 건너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정상에 서면 경천면 소재지는 물론 경천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또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봉수대의 남은 형태를 보면 조선시대 봉수대가 아닌 가야시대 봉수대를 닮았습니다.

경천애인 농촌사랑학교를 지나 마을길로 들어서면 운문골 마실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둘레길이 지나는 마을에는 집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습니다. 조용하기 그지없습니다. 경천면은 전통적으로 대추가 유명한 지역인데 요즘은 감 재배가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길가에 늘어선 감나무는 수확을 끝낸 상태라 텅 빈 모습입니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목련 한 그루 풍성한 모습으로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을 끝 부분에 에덴힐펜션이 있습니다. 물놀이장과 캠핑장을 갖춘 곳입니다. 이곳부터 숲길이 시작됩니다. 오르막 길가에는 편백 가로수가 심겨 있습니다. 아직은 키가 작은 나무들이지만 머지않아 멋진 그늘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경사로를 조금 오르면 사방댐이 나옵니다. 옥빛 색깔의 물 위에 드리워진 반영이 예쁩니다. 사방댐을 지나면서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에 귀가 즐겁습니다.

사방댐 위쪽 계곡 옆에는 지난번 왔을 때 없었던 집이 한 채 들어섰네요. 그 앞산에는 특별한 바위가 보입니다. 마을 주민 이야기로는 평소에는 물이 보이지 않지만, 비가 오면 바위 위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장관을 이룬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낙수 바위’라 부릅니다. 예전에는 바위 위에 절이 있었는데 불타 없어져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시멘트 길이 흙길로 바뀝니다. 이곳은 길가에 심은 편백도 제법 키가 크네요. 운문골 마실길은 임도를 이용해 만든 길이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 한 대 정도가 자유롭게 다닐 정도 넓은 길이라서 동행한 사람들과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입니다. 마을 어른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른들이 어릴 적에는 이 길을 소로(小路)길이라고 불렀답니다. 사람들이 걸어서 오갔던 좁은 오솔길이었습니다. 걸어서 대아저수지가 있는 곳으로 소풍을 갔고 길이었고, 고산면에 일을 보러 다녔던 지름길이었습니다. 산에 나무하러 매일 오르내렸던 희로애락을 간직한 길이었습니다. 그런 길이 이제는 넓어지고 운동을 하기 위해 다니는 둘레길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왼쪽에 집 한 채가 보입니다. 예전에도 보았던 아담한 집입니다. 집 옆에는 편백이 줄지어 자라고 있습니다. 편백를 키우고 있나 봅니다. 그 집을 지나면 길가에 우뚝 선 키가 큰 잣나무가 맞이합니다. 잣나무 숲 근처에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유난히 큰 잣나무 앞에서 왼쪽 숲길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잣나무 숲을 지나 편백 숲으로 돌아 나오는 경천 편백숲 길입니다. 운문골 마실길과 위쪽에서 다시 만납니다.

 

경천
편백 숲길

변화를 주고 싶다면 운문골 마실길에서 잠시 벗어나 경천 편백숲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입구에 있는 잣나무 숲에는 별도의 시설물은 없습니다. 잣나무 숲길을 걷는다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숲길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아 어느 구간은 조금 불편함도 있습니다.

잣나무 숲 짧은 구간을 지나면 참나무류가 군락을 이루는 지역을 지납니다. 이미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겨울 채비를 마쳤습니다. 길 위에는 나뭇잎들이 쌓여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저마다 소리로 연주를 합니다. 숲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입니다.

길은 거의 등산로 수준에 가깝습니다. 낮은 고개를 넘어야 편백 숲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돌계단 길도 지나고 나무계단 길도 지납니다. 산 고개에 오르면 전체 경천 편백숲 길의 절반 정도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입니다. 내리막길은 미끄러우므로 더 조심스럽습니다. 조금 내려가면 편백 숲이 보입니다. 길도 편안해졌습니다. 마침 벌목작업을 하고 있어 부분적으로 방해를 받기는 했지만 걷기에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편백숲을 지나면서 기분이 더 상쾌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굳이 피톤치드를 거론하지 않아도 몸에서 먼저 반응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편백숲 아래에는 군데군데 의자가 준비되어 있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편백 숲 속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잣나무 숲 구간은 걸으며 힐링을 하는 구간이라면 편백숲 공간은 잠시 쉬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운문골
가는 길

편백숲을 나와 다시 운문골 둘레길로 들어섰습니다. 완만했던 경사가 점점 더 심해집니다. 고개가 가까워져서 그런가 봅니다. 고개 바로 아래에서 왼쪽으로 봉수대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집니다. 봉수대산도 산 이름으로 보아 봉수대가 있던 산입니다.

고개를 지나면서 길은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로 바뀌었습니다. 멀리 대아저수지 앞에 있는 운암산이 보입니다. 길 위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반대편과 비교하면 낙엽수가 많아 비교될 정도로 낙엽이 많습니다, 이 시기의 운문골 마실길은 낙엽을 밟으며 초겨울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길입니다.

내리막길을 몇 구비 돌아 내려가면 운암산이 가까이 보입니다. 목적지에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운암산 위에는 흰색으로 보이는 수조가 있는데요. 진안 용담댐에서 22km 정도 길이의 도수로 압력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수조입니다. 수조가 있는 곳에서 물이 낙하하면서 수력 발전을 할 때 발생하는 압력을 조정합니다. 용담댐에서 도수로를 통해 공급된 물이 발전하고 나면 고산정수장에서 정수해서 광역 상수도로 활용됩니다.

조금 더 내려가면 고산면 소향리 운문계곡입니다. 둘레길 이름은 이곳 운문골에서 왔습니다. 지금은 계곡 위쪽에 소향저수지가 생기면서 계곡이 짧아졌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피서지로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운문골 마실길의 종점인 전통문화센터까지 가기 위해서는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야 합니다. 계곡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걷는 길입니다. 계곡 풍경도 보고, 마을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을을 빠져나오면 길 건너에 전통문화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한옥 숙박체험과 민속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통문화센터 뒤쪽으로 보이는 댐이 대아저수지입니다. 도로를 따라 걸어 댐이 있는 곳으로 가면 대아저수지 풍경이 보입니다. 전통문화센터 바로 옆에는 실내놀이 체험장인 놀토피아가 있습니다.

 

운문골 마실길에서
초겨울 풍경을 보다

운문골 마실길은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라서 편안하게 걷는 길이면서 중간에 가벼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잣나무, 편백 숲길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둘레길입니다. 두 개의 둘레길이 접하고 있어 낙엽이 진 숲길과 진한 녹음으로 우거진 숲길을 함께 즐겨보았습니다. 서로 비교되는 길을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또렷이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글·사진 = 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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