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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수필] 김애자 "대충이란 것에는 좋은 열매 열리지 않는다는 것 알아"
[2020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수필] 김애자 "대충이란 것에는 좋은 열매 열리지 않는다는 것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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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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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자
김애자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고단한 즐거움입니다. 뼈대를 세우고 옷을 입혀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려면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아 몇 달을 전전긍긍하며 앓기도 했습니다.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기가 죽었습니다. 타고난 글재주도 없이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발을 밀어 넣고 어정거리며 빠져나갈 틈만 엿보았습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되도록 제자리에 머물러 그럴듯한 열매 하나 맺지 못했어요. 캄캄한 벽에 부딪혀 좌절할 때마다 그만하자고 중얼거리지만 자꾸 뒤돌아보느라 결단하지도 못했습니다.

십여 년의 미련을 접기보다 한해만 더 해보자고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묵정밭을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작정하고, 때마다 거름을 주며 열심히 가꾸었습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이란 낭보를 받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세상에 대충이란 것에는 좋은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피와 땀을 쏟은 만큼의 결실이 신의 조화고 섭리였습니다.

몇 번씩 주저앉아도 늘 묵묵히 지켜봐 주던 가족이 울이 돼 주었기에 튼실한 열매를 얻는 즐거움을 맛봅니다.

함께 격려하며 서로의 허물을 감싸고, 때로는 쓴소리 아픈 소리로 날카롭게 평해준 포곡수필의 글동무들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게으름 부릴 때마다 열정을 쏟지 않는다고 죽비를 내리치듯 꾸지람하다가도, 의기소침해 있으면 어느새 위로와 격려로 다독여 주시던 스승님께 이 영광을 올리고 싶습니다.

쳐진 어깨를 다시 추스를 수 있도록 제 글에 눈 맞춤 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당선으로 선해 용기와 격려를 주신 뜻이 헛되지 않도록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봅니다. 장미꽃이 아닌 잡초라도 나름의 존재가치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으니, 더디고 힘들지만 한 걸음씩 저만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김애자 작가는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고 대구 계명대, 경북 경운대 교수를 지냈다.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필 부문 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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