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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여론조사로 후보를 공천할 것인가
언제까지 여론조사로 후보를 공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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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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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번 4·15 총선도 ‘여론조사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여론조사 공화국’이다. 정당의 후보 공천은 물론이고 정당 간 후보단일화까지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신속성, 효율성을 강조하는 대한민국다운 발상이다. 문제는 여론조사란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그 오차를 감안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피검사, 소변검사를 통해 우리 몸 안의 건강상태를 거의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 여기서 뽑힌 피, 오줌 한 방울의 표본은 우리 몸 안에 있는 전체의 피와 오줌(모집단)과 성격이 똑같다. 이같이 모집단의 성격을 그대로 닮은 표본을 대표표본이라고 한다. 피나 소변은 한 사람의 몸 안에 있기 때문에 대표표본을 확보하기가 쉽다. 그러나 제각기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에서 특정 지역, 집단, 나아가 사회 전체의 성격과 똑 닮은 대표표본을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모집단의 성격과 표본의 성격 차이를 표본오차라 하는데 모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센서스가 아닌 이상에는 아무리 정교하게 표본추출을 해도 표본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사자가 주관성을 버리고 과학적 표본추출을 하였다면 표본수가 500명인 경우는 ±4.3%포인트, 1000명인 경우는 ±3.2%포인트의 표본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표본 수 1000명의 전국조사에서 A후보가 52%, B후보가 48%가 나왔다고 하자. 1000명 조사에서 일어나는 표본오차 ±3.2%P의 의미는 3.2%의 두 배인 6.4% 이하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두 후보 간의 4%P 차이는 표본오차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두 후보 간에 차이가 없는 것이다. 두 후보 간에 차이가 1000명 조사에서는 6.4%, 500명 조사에서는 8.6% 이상 차이가 나지 않으면 두 후보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 간에 1%P만 차이가 나도 본질적인 차이인 것으로 보고서 후보 공천을 결정짓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한편 조사방법이 유선전화냐 무선전화냐, 면접원조사냐 기계조사(ARS)냐에 따라서도 조사결과가 확 달라진다. 지난 연말 한국통계학회는 재미난 실험을 하였다. 이러한 조사방법들을 섞어서 5가지 조합을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에 대해 물은 결과, 조사방식에 따라 최대 17.8%P 차이가 났다. ARS조사는 조사비용이 싼 만큼 응답률도 낮고, 응답의 편향성이 높아 신뢰성이 가장 낮은 조사라는 점이 재확인되었다.

지난해 5월에 확정된 민주당 당내 경선룰을 보면 사실상 여론조사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1차 심사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는 ‘공천 적합도 조사’가 40%이다. 2-3배수로 추려 실시하는 최종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50%, 비당원 여론조사 50%이다. 100%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했던 지난 20대 총선 때보다는 여론조사의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다지만 아직도 여론조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확정된 경선룰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수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를 제대로 실시하고, 결과를 정확히 해석해서 억울하게 피해보는 후보자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주기 바란다. 첫째, ARS조사는 피하고 경비를 조금 더 들여서라도 무선전화 중심의 면접조사를 해야 한다. 둘째, 조사결과 후보들 간의 차이가 표본오차 범위 안에 있으면 차이 없음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표본추출, 조사방법, 질문내용, 조사자의 의도 등에 의해 얼마든지 여론이 왜곡될 수 있는 여론조사에 의존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택을 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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