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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답지 않은 겨울
겨울 답지 않은 겨울
  • 박인환
  • 승인 2020.01.13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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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논설고문

예전 같으면 소한과 대한 절기가 들어있는 요즘 무렵이 일년중 가장 추운 날씨였다. 천지가 꽁꽁 얼어 붙고, 처마밑에는 고드름이 즐비했으며,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들어붙을 정도였다.

혹한(酷寒)이 몰아쳐야 할 1월 초순인데도 강물은 얼지 않고, 눈(雪)도 전혀 오지 않는다. 소한 다음날인 지난주 7일에는 전국에 눈 대신 적지 않은 겨울비가 내렸다. 한겨울인데도 지난 7일 제주의 낮 최고기온이 23.6도 까지 올라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기록했다. 도내 고창도 이날 낮 가온이 최고 17.8도 까지 올랐다. 세계적 겨울축제로 자리잡은 산천어축제로 유명해진 강원도 화천군은 당초 지난 4일 축제를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얼음이 얼지 않아 11일로 연기한데 이어 또 다시 27일로 미루었다.

도내 경우도 1월초 시작한 남원 바래봉 눈꽃 ㅤㅊㅜㅈ제가 비로 인해 잠시 운영을 중지하기도 했으며,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는 행사를 치를 만큼 충분한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를 취소했다. 이번 겨울들어 전주에는 눈도 한번 오지 않았다. 12월 평균 적설량은 13.4㎝에 달하지만 올 겨울에는 한 차례 진눈깨비만 흩날렸을 뿐 적설량은 전혀 없다.

한반도 전체가 이처럼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원인으로는 겨울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고기압 세력이 올해 특히 약한데다, 고도 5㎞ 이상 대기 상공에 위치해 북극과 한반도 사이를 가로지르며 일종의 ‘에어 커튼’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동서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북극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 답지 않은 겨울’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현상이 아니다. 노르웨이·러시아등 유럽과 북미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이상고온 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호주는 기록적인 혹서(酷暑)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겨울 시작한 산불이 남한 전역의 절반 이상 면적을 태우고 해를 넘겼지만 꺼질 기미가 없이 호주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24명이 숨지고 야생동물 5억 마리가 죽는 재앙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산불 원인으로 호주를 둘러싸고 있는 인도양 서쪽과 동쪽 바다의 온도가 서로 다른 ‘양극화 현상’이 호주 전역을 건조하게 만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전세계적인 이같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고 있다. 인간에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주고, 끝내는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기후변화가 이미 ‘터닝 포인트’를 지났을 수도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경고도 있다. 이대로라면 몇 년뒤 한반도에서 겨울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청소년들까지 나서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는 외침을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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