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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전북여행]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볼 수 있는 곳'
[뚜벅뚜벅 전북여행]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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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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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11월 중순이면 첫눈이 내리고 연말·연초에는 강추위로 해넘이 해맞이도 중무장하고 봤지만, 몇 해 전부터 겨울이 실종되고 늦가을 같은 풍경이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날 찾은 경기전은 입구는 낙엽이 뒹구는 만추의 풍경 같았는데요. 날이 포근해 경기전을 산책하는 관광객도 평소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조선왕조의 역사를
한눈에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봉안한 사당으로 한옥마을을 찾는 연간 1천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필수 코스입니다. 하마비,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을 거쳐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정전이 있으며 그 외 사당 부속건물과 전주 이씨 시조의 위패를 봉안한 조경묘,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전주사고, 조선 8대 왕으로 재위 13개월 만에 사망한 예종의 탯줄을 담은 태실, 경기전의 역사와 임금의 초상들을 볼 수 있는 어진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경기전에는 퓨전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요. 서울의 고궁들이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인 것과 달리 경기전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인 `한복 데이`에만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것 참고하세요.​

 

경기전 관람료

어른(만 25세 ~ 만 64세 이하) : 개인 3000 단체 2500 (전주 시민 1000, 800)
청소년 (만 13세~만 24세 이하) 군인(하사 이하 군인과 의무경찰) : 개인 2000 단체 1500(전주 시민 800, 600)
어린이(만 7세~만 12세 이하) : 개인 1000 단체 500(전주 시민 500, 300)
무료입장 : 만 7세 이하,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및 장애인 등록증 소지자​

 

경기전 이용 시간

3월~5월, 9월~10월 : 09시 ~ 19시
동절기(11월~2월) : 09시 ~ 18시
하절기(6월~8월) : 09시 ~ 20시​

 

무료 관람일

1월 1일, 추석, 설날, 3.1절, 광복절​

 

기타

주차장은 한옥마을 공용주차장 이용​
쉬는 날은 없음, 어진 박물관(월요일)​
애완견 동반 금지, 음식물 반입금지

경기전 정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지켜보니 절반 정도는 한복을 입고 들어가는데요. 서울 경복궁에서 시작한 한복 코스프레는 경기전이 있는 전주 한옥마을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복 외에도 7, 80년대 교복을 입거나 30년대 모던걸이나 모던보이 복장으로 찾은 관람객도 뜻밖에 많았는데요. 저도 한복으로 갈아입고 올 걸 그랬나요? 왠지 한복을 입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풍경입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아무래도 한복이 쑥스럽습니다. 대부분 자유로운 복장으로 관람하는데요. 무엇인가 특색 있는 복장으로 멋진 추억을 남기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 사이에 한복과 모던걸, 모던보이 복장은 이제 전주 한옥마을의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돼가고 있습니다.

경기전 정전正殿입니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인 어진眞展을 모신 건물로 비록 임금의 초상화가 걸려있음에도 임금의 집무실인 경복궁의 근정전, 창덕궁의 인정전처럼 정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중심 건물을 정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관람할 수 있는 곳

정전에 봉안된 태조 이성계의 어진입니다.
1987년 보물 제931호로 지정되었다가 2012년 국보 제317호로 승격되었는데요, 1410년 경복궁 창건 당시 경기전에 봉안된 태조어진이 낡아 원본을 1872년 그대로 모사한 것으로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태조 어진이자 원본적 성격을 갖춰 국보로 승격된 것입니다.

그런데 태조 어진은 어진 박물관에도 봉안되어 있는데요, 모두 모사본으로 진본은 매년 어진 박물관 개관일인 11월 6일 어진 박물관에 전시합니다.

‘예종의 태실과 조선왕조 실록을 보관한 전주사고’

이제 태조 어진도 알현했으니 경기전 내부를 돌아다녀 보는데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증 사진 찍는 포토존은 바로 대숲이었습니다.
그냥 아무렇게나 서도 작품이 되는 신비로운 공간입니다.

앞에 서나 뒤에 서나 경기전 포토존 최고 명당이군요.
최소한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좀 서야 합니다.

겨울 풍경 같나요?
산책하는 동안 따사로운 햇볕이 숲 사이로 내려앉아 온기가 가득한데요. 마치 만추의 경기전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 떼의 비둘기가 비상하는 날갯짓에 찬바람이 이는데요. 이러한 풍경도 누군가가 먹이를 주기 때문에 가능하겠죠.

조선 8대 왕 예종의 탯줄을 담은 태실과 비석으로 전북 민속자료 제26호입니다.
왕가에서는 왕의 자손이 태어나면 그 태를 소중히 여겨 석실을 만들고 보존했는데요. 예종의 태실은 선조 11년인 1578년 완주군 구이면 원덕리 태실 마을 뒷산에 세웠다가 1928년 조선총독부가 태 항아리를 가져가면서 파괴되었던 것을 1970년 경기전으로 옮겨 보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보전기적비가 서 있는 좌측 건물이 전주사고史庫입니다.
임진왜란 당시까지만 해도 조선에는 한양 춘추관, 충주, 전주, 성주 등 네 곳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전란이 발생하면서 성주, 청주, 서울이 차례로 함락되면서 세 곳의 사고에 보관했던 실록이 모두 불타버렸고 전주사고에 있는 실록만 살아남았는데요. 오늘날까지 조선왕조 실록이 전해지는 것은 전주사고의 참봉 유신과 오희길 그리고 태인의 유생 안의와 손홍록 등 네 명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1592년 4월 13일 부산으로 상륙한 왜군이 서울까지 함락한 것은 20여 일 만인 5월 2일이었는데요. 바다에서는 이순신이 막고 경상도에서는 의병이 막아 전라도로 진출하지 못한 왜군이 전주성에 들이닥치면 경기전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아 태조의 어진과 실록을 피신시킨 것입니다.

결국, 실록과 태조의 어진이 없는 전주사고와 경기전은 임진왜란 때 불타버렸습니다. 이후 1614년 경기전은 중건되었지만 사고는 복원되지 않았고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은 내장산으로 피신했다가 해주를 거쳐 강화도와 묘향산으로 계속 피신했는데요. 유일하게 남은 실록은 이후 4본을 더 만들어 한양 춘추관과 강화 정족산, 봉화 태백산, 무주 적상산, 평창 오대산 등 다섯 곳으로 분산해 보관되었습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본관은 전주 이씨인데요. 시조의 위패를 모신 조경묘는 전북 유형문화재 제16호입니다.

태조의 출생지는 함경북도 영흥으로 태조의 4대 조인 이안사때 전주를 떠나 강원도 삼척을 거쳐 함경도까지 갔다는데 시조 때부터 5대조까지는 전주의 호족으로 위세를 떨쳤으며 태조 역시 조선을 건국하기 전 남해에 출몰한 왜구를 진압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주에 들러 전주 이씨 잔치를 벌일 정도로 전주에 대한 애착이 강했습니다.

 

임금의 어진을 보관·전시하는
어진박물관

태조의 어진을 비롯해 역대 임금들의 어진을 보존하고 있는 어진 박물관입니다.
경기전과 달리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니 참고하세요.

어진 박물관의 태조어진입니다.
매년 개관 기념일인 11월 6일부터 일정 기간 진본을 전시하는데요. 아무래도 유일하게 남은 태조어진이 국보이다 보니 화재나 도난으로부터 안전한 수장고에 보관했겠죠.

지하 1층에는 다른 임금들의 어진도 전시되었는데요.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명의 임금 중 현재 남아있는 어진은 태조와 영조, 철종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왕의 초상화가 있었지만, 여러 차례 전란으로 소실되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어진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이안했다가 보관한 창고가 1954년 화재가 발생하면서 상당수가 불에 타버렸다고 합니다.

어진 박물관에는 어진실외에도 역사실과 가마실 등이 있어 어진의 제작 과정과 제례 등에 대해 알 수 있으니 경기전을 관람할 때 어진 박물관도 같이 관람하면 더 즐거운 문화산책이 되는데요. 이제는 경기전의 부속건물을 만나보겠습니다.

경기전은 옛날에는 1년에 여섯 번이나 제례를 지냈다는데요, 1978년 이후 1년에 한 차례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제례를 지냅니다.

중양절이란 삼짇날 제비가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로 가을 하늘 높이 떠나가는 철새를 보며 한 해의 수확을 마무리하는 절기로 중일 명절이라고 합니다. 즉 3월 3일(삼짇날), 5월 5일(단오), 7월 7일(칠석), 9월 9일(중양절)과 같이 홀수가 겹치는 날이 중일 명절입니다.

제례를 지내려면 여러 시설이 필요한데요. 제사 음식을 만드는 조병청, 제사상 차리는 일을 담당하는 전사관이 일하는 전사청, 음식을 만드는 방앗간인 용실, 임금의 음식을 만드는 데 쓰이는 물을 조달하는 어정, 제향 때 쓰는 각종 그릇을 보관한 제기고, 경기전을 지키는 수문장이 근무하는 경덕헌, 경기전 제사에 관한 일을 맡은 낮은 직급의 벼슬아치가 일을 보는 수복청 등 많은 부속건물이 있어 곳곳이 사진 찍기 좋은 명소가 되었습니다.

전북의 겨울 명소로 경기전을 소개하면서도 왠지 겨울 같지 않은 풍경에 죄송스러운데요,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것은 그냥 흘겨 버릴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실제 배경인 노르웨이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한 여름 날씨를 보이지만, 같은 위도상의 아메리카 극지방은 평년보다 20도가 낮은 극한의 겨울을 보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전형적인 겨울 날씨인 삼한사온은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삼한사미(三寒四微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 가득하고)로 날만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가득한 겨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경기전만큼은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전주의 명소인데요. 이왕이면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예쁜 한복이나 모던 복장을 하고 경기전을 거닐고 싶다는 욕심을 내봅니다.

/글·사진 = 심인섭(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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