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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과 정동영의 미래
정세균과 정동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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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04 19: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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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지난달 10일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정 대표는 “총리로서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우선돼야 한다. 만약 그럴 우려가 있다면 찬성할 수 없다”고 답했다. 총리가 초도순시 명목으로 고향인 전북을 방문해 민주당 후보와 만나면 그게 바로 선거개입이라는 것이다. 이날 정 후보자는 “더는 걱정 말라. 이번 선거가 끝나면 협치를 하려고 한다”고 설득했고 정 대표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화가 관심을 끈 것은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다. 이들은 호남의 맹주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북정치를 양분해 왔다. 국회의원 뿐 아니라 김완주·송하진 지사, 김승환 교육감 등 상당수가 이들의 도움을 받고 당선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좀 껄끄러운 관계였다.

시계 바늘을 25년 전으로 돌려보자. 이들은 1995년 제1야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영입, 이듬해 치러진 15대 국회의원 선거(무주·진안·장수/ 전주 덕진)에서 당선돼 나란히 국회에 등원했다. 정치입문 동기인 셈이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산업자원부장관과 통일부장관을 지냈고 모두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했다.

이들이 악연을 맺게 된 건 2009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부터다. 2007년 10월 대선에서 패배한 정동영은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간은 길지 않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 을에 나와 고배를 마셨다. 때마침 전주에서 김세웅(덕진)과 이무영(완산 갑)이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나자 정동영은 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이 전국 최다득표율을 자랑했던 전주 덕진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세균이 대표로 있던 민주당 지도부는 정동영의 출마를 만류했다. 이유는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였다. 텃밭 호남지역 보다는 6개월 뒤 치러질 수도권 재보궐선거에 나서 달라는 요청이었다. 결국 정동영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건과 함께 무소속 연대를 꾸려 당선되었다. 그 때 나온 구호가 유명한 ‘어머니, 정동영입니다’였다.

당선 이후 정동영은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고 정세균은 9개월간 받아주지 않았다. 당시 정세균은 자신도 고향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지역구를 서울 종로로 옮겼다.

또 2010년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들은 다시 격돌하게 된다. KBS TV 토론에서 정세균 후보가 먼저 “자신을 키워준 모태를 부정하는 정치를 통해 성장했다. 결국은 배신의 정치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는 “정후보가 (김대중 노무현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되받았다.

이들은 모두 전북이 낳은 걸출한 인물이다. 오랫동안 동지요 라이벌이지만 고비마다 우리 정치를 풍요롭게 해왔다. 그렇다면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우선 정세균은 지난달 46대 국무총리에 취임했다. 국회의장 출신이 왜 행정부 2인자로 가느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실사구시형 성격답게 총리직을 수락했다. 앞으로 정세균은 대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총리를 넘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느냐가 관심사다. 그러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지금 창궐하고 있는 중국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수습에 탁월한 역량을 보이는 게 첫 시험대다. 그리고 정동영은 21대 총선에 당선되느냐 여부가 코앞에 닥친 과제다. 10년 동안 참모노릇을 했던 김성주와의 리턴매치에서 살아남느냐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들의 미래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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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헌 2020-02-09 08:56:20
글쓴이의 세심한관전평이 쉽게 이해를 도우셔서ㅡ
정세균의 지근거리에서 보았던 느낌은 예전 한보
철강 정태수가 몇 몇의 국회의원을 만나 돈을전달
했는데 정세균의원만 거절하더라는 정태수의 증언에
아ㅡ아직 남덕유산속 골차기물의 에멀러드같은 느낌에 전북의 긍지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