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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철 지난 바닷가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철 지난 바닷가
  • 기고
  • 승인 2020.02.11 1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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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려앉았습니다. 안개에 가려진 세상이 백내장처럼 희미합니다. 파도는 갈기를 세워 달려들고 바람은 마구 뺨을 갈깁니다. 바람 앞에선 날개를 접어야 하느니, 움츠린 갈매기 떼가 몸으로 증명합니다. 백사장에 그림자 하나 없습니다. 그 많던 발자국을 파도가 다 지워버렸습니다. 수평선에도 돛배 한 척 없습니다. 파도에 밀려 몇 발짝 물러섭니다. 이발소 그림은 이발소에나 걸려있겠지요.

막막할 때면 망망한 곳을 찾곤 하지요. 답답한 세상을 욱여넣은 배낭을 짊어지고 끙끙 산에 오르는 건, 길 아닌 길을 지우기 위해서지요. 주저앉으면 그만 길이 끊긴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지요. 철 지난 바닷가를 찾는 것도 한가지일 겁니다. 지난 여름 잘못 찍은 발자국, 파도가 지워버린 그 발자국에 안심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먼 수평선 너머로 뱃머리를 돌리기 위해서일 겁니다. 사생결단 달려들던 파도가 잠시 물러서는 걸 봅니다. 갈매기도 지금 날아오를 순간을 헤아리고 있겠지요. “바다는 입으로 말하는 자가 아니라 일로 말하는 자”라 최남선이 말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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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4 10:14:13
혼자서 나 자신을 찾고 싶을 때
머리 속이 뒤엉켜 정지 되어 있을 때
가파른 숨 크게 내뱉고 싶을 때
머물곳 싶은 거기
겨울 바다를 간다
파도가 밀려 와서 탁 물거품 터트릴 때면
턱 걸렸던 속 울음도 함께 사라진다
모래사장은 발자국을 남겨 주지 않는다
지우라 지우라 그렇게 지우라 한다
갈매기는 바람의 방향을 가르며 기다리고 있다
하늘을 향해 날개짓하며 비상한 날을...
털고 가기, 지우고 가기, 비우고 가기
철지난 바닷가 파도소리 만나러 갈 때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