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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먹방과 이미지 전략
정치인들의 먹방과 이미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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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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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일이라 놀랄 것도 없지만 정치인들의 먹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며칠 전 황교안대표가 성균관대 앞에서 “1980년 어떤 사태”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도 떡볶이와 어묵을 먹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문제의 발언에 묻혔지만 황대표가 서민들과는 다르게 기다란 꼬치 두 개를 젓가락질 하듯이 떡볶이 먹는 사진이 또한 화제였다. 예전에 박근혜 후보가 시장에서 고구마를 코에 대고 냄새 맡으며 골랐던 장면만큼이나 생뚱맞다.

정치인들은 평소 다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피하고 꼭 재래시장만을 방문한다. 이 때 드레스 코드도 중요하다. 반드시 허름한 점퍼에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 이들이 재래시장에서 빠지지 않고 펼치는 서민 코스프레 연출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나가는 아이의 의사도 묻지 않고 들어 올려 활짝 웃는 장면 연출이다. 본인은 좋을지 몰라도 억지로 들려지는 아이의 표정은 한 결 같이 뜨악하니 죽을 맛이다. 또 하나는 바로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 먹방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각 정당대표들의 먹방 메뉴를 검색해보았다. 김무성 대표는 어묵, 옥수수 빵, 마른 호박, 팥죽, 만두, 떡, 취나물, 닭 강정을 먹었다. 문재인 대표는 어묵과 족발을, 안철수 대표는 토스트를 선택하였다. 먹방 연출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주로 먹는 메뉴는 햄버거다. 트럼프의 햄버거 먹방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정치인들이 서민 코스프레를 연출하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소탈하고 친근한 인상을 심어주려는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다. 모든 상품이나 브랜드, 연예인, 스포츠맨 등과 같이 정치인 역시 이미지가 생명이다. 오늘날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투표 결정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정책 개발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등은 모두 이미지 싸움에서 이긴 사람들이다. 이미지란 말의 어원은 “모방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미지란 어떤 대상의 겉모습에 대한 인공적인 모방이나 표상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실체와는 다르며, 조작된 허위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정치인 박근혜가 대통령에 오르기 전 이미지들을 반추해 보자.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근엄하고 강단 있는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허상이고 거짓이었음이 드러나지 않았던가.

영상 미디어 발달로 인해 선거에서 언어적 메시지 보다 비언어적 메시지가 더 많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치인의 표정이나 목소리, 시선, 제스처, 패션스타일 등 비언어적 요소들이 정책과 이슈 등 언어적 메시지 보다 더 많은 정치적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 메러비언(Mehrabian)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짓는데 있어서 언어적 요소가 7%, 목소리가 38%, 얼굴 표정이 55%로 비언어적 요소가 93%로 압도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것은 이미지다. 후보자의 실체와 본질은 중요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지선거는 폐해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후보들 간의 승패가 정치 능력이나 정책 등의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후보의 용모, 표정, 말솜씨, 연기력 등의 사소하고 피상적인 이미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대통령 후보에 비해 국회의원 후보들의 실체 파악은 상대적으로 좀 더 용이하다. 후보의 이미지에 속아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의 실체를 꼼꼼히 따져보도록 하자. 제대로 된 후보를 뽑기 위한 이런 유권자의 조그마한 수고는 반드시 큰 기쁨으로 돌아올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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