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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심판 시대
로봇심판 시대
  • 박인환
  • 승인 2020.02.17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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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논설위원

‘오심(誤審)도 경기의 일부다’ 오랜 스포츠 역사에서 흔히 통용되던 말이다. 이는 경기장의 ‘재판관’이자 경기의 ‘조정자’로 불리는 심판들도 사람인 이상 실수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방어적 수사(修辭)였다. 오심을 밝혀줄 기술적 방법이 없던 시절 심판의 권위를 보호하고 선수들의 복종을 강조하는데 쓰였던 전통적 관념이었다.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의 오심 하나는 경기 흐름을 일시에 바꿔버릴 수 있다. 선수들은 사기를 잃고, 팬들은 등을 돌린다. ‘ 오심’은 경기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가 될 수가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정작 보호받아야 할 가치는 ‘심판의 권위’가 아니라 ‘공정성’이며. 이를 위해 기술의 도움을 받는게 맞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인간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차이나 실수를 보전해주는 역할을 하게되면서 감정이나 실수가 없는 정확한 판단이 최선의 가치가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미 여러 경기에서 첨단기술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국내서도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테니스 등 프로경기가 발달한 종목을 중심으로 비디오 판독(VAR)시스템이 시행되고 있다. VAR은 여러 대의 카메라가 찍은 영상으로 경기 과정을 다시 돌려보고 모든 상황을 검증하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이들 구기종목의 경우 아직까지는 파울이나 라인의 인· 아웃 판정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테니스의 ‘호크아이’ 시스템의 경우 오차는 겨우 2∽3㎜ 일 정도로 정교하다.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에 이어 한국 야구위원회(KBO)도 올해 하반기 부터 우선 프로야구 퓨처스 리그(2군)경기에서 로봇심판을 운영한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지금 까지의 홈런·아웃등 5개 항목의 비디오 판정 이외에 투수가 던진 공의 스트라이크 여부를 로봇심판이 판단하게 한다는 것이다. 레이더 추적기술을 이용한 시스템이 투구의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단해 이를 이어폰을 통해 홈플레이트 뒤에 서있는 인간심판에 전달하면 주심이 이를 복창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물론 로봇심판에 대해 일각에서 거부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 요소가 배제된 채 기계가 야구를 지배한다면 결국 인터넷 게임과 다를게 없다는 비판이지만 ‘공정성’을 강조하는 대세에 밀릴 수 밖에 없다.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속도는 엄청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에 인간이 속절없이 당하는 모습은 이미 ‘알파고’가 한국의 이세돌을 비롯 세계적 바둑 고수들을 꺾으면서 여실히 보여 주었다. 로봇 야구심판시대가 도래하면서 과연 현재 인간이 하고 있는 작업중 어느 부분까지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도 쉽게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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