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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의 예술관람기] 툴루즈 로트렉展
[서유진 기자의 예술관람기] 툴루즈 로트렉展
  • 서유진
  • 승인 2020.02.20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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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Goulue(욕심 많은 사람)
La Goulue(욕심 많은 사람)

“나는 이상보다는 진실을 추구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툴루즈 로트렉展이 5월 3일까지 열리고 있다.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툴루즈 로트렉展은 그리스 헤라클레이돈 미술관 소장품 150여점이 전시된다. 포스터, 석판화, 스케치, 잡지에 게재된 그래픽, 일러스트 등 대표적인 작품과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세계 각국에서 출판된 로트렉의 도록과 작품집, 툴루즈 로트렉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영상이 제공된다.

1864년 남부 프랑스 알비의 귀족집안 출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1864~1901)은 허약한 체질을 갖고 태어났다. 게다가 소년시절 다리를 다쳐 평생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고 성장도 일찍 멈춰 작은 키로 살아야 했다. 어릴 때부터 스케치를 했던 로트렉은 다리를 고치는 힘든 치료과정을 거치며 많은 시간을 미술에 할애하게 된다. 그렇게 그의 드라마틱한 삶은 시작된다.

1872년 파리로 건너간 로트렉은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1880년대 중반부터 비천함과 귀족적인 것이 혼재된 몽마르트에서 보헤미아 생활을 시작한다. 몽마르트의 카페와 카바레 물랭 루즈, 그 지역 연예인들과 미술가들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물랭 루즈에 오는 인물들의 동작을 원근법에 얽매이지 않고 주변과의 유동적이며 활기찬, 독창적인 방법으로 구사하는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을 발휘한다. 스케치북과 캔버스 위에서 이미지를 구성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하는 현대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걸작들을 남긴다.

특히 로트렉의 독창적인 예술성은 포스터와 석판화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생의 마지막 10년 동안 300여점의 석판화를 제작하는 열정을 보인다. 연작 석판화 ‘그 여자들(Elles)’은 오랜 시간 매춘부와 고객의 행동을 관찰한 후 창조한 걸작들이다. 그는 자신이 겪었던 고독을 그 여자들에게서도 발견했던 것이다. 작품 중 로트렉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꿈’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린 ‘54번 선실의 여행객’도 빠트릴 수 없다. 수많은 걸작을 남긴 그는 알코올중독과 말년의 신경쇠약으로 36세 젊은 나이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전시회를 나올 때 정신적으로 자유롭지만 신체적으로 제한된 로트렉의 고독한 삶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보고 싶었던 로트렉의 걸작들을 볼 수 있어서 기쁘지만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은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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