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4-04 12:22 (토)
새만금, 새로운 문명의 시작과 그린인프라
새만금, 새로운 문명의 시작과 그린인프라
  • 기고
  • 승인 2020.02.23 1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변산반도 국립공원에서 고군산군도로 이어지는, 새만금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축을 방문한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한다. 국립공원의 특성 상 잘 보존된 자연이 이곳을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보는 새만금은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과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드는 넓고 푸른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새만금 내부로 들어가서 주위를 둘러본다면 조금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동서도로와 남북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새만금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교차로에 서면 반경 10km의 허허벌판, 광활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풀숲 하나 제대로 없는 그 광활함이 당혹스러울 정도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70%를 차지한다. 신도시를 건설할 때에도 이런 특성을 활용하여 손쉽게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도모한다. 그러나 새만금은 사정이 다르다. 전주의 2배에 이르는 넓은 간척 매립지인 새만금은 거센 해풍과 토양 속 염분으로 인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양호한 녹지 환경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초속 22m의 강한 해풍과 ‘하’ 등급의 토양으로 큰 나무의 이식은 물론 어린 묘목을 10m의 큰 나무로 키우는 데에도 20여 년 이상을 소요하게 만든다.

이런 취약한 자연환경 속에서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새만금」의 비전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꿀을 품은 꽃에 나비가 찾아오듯, 새만금에 녹색 자연환경이 있어야 새로운 문명을 열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글로벌 명품도시 새만금의 그린인프라 조성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외 간척지는 이전부터 그린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네덜란드 플레볼란트는 도시개발 이전에 숲을 조성하고, 개발수요가 생기면 점차적으로 건축면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토지를 활용한다. 외부 토사의 유입 없이 자연적인 제염을 실시하며 지역 안에 양묘장을 지어 묘목을 공급하고 있다. 벨기에 호보킨의 경우 매립된 준설토 지역의 저지대는 습지로, 주변은 숲으로 조성하여 자연천이를 유도했다. 조성된 생태숲에서는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천이가 지속되고 있다.

새만금도 답답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새만금 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2020년 정부 예산 1조원 돌파와 함께 새만금개발청의 예산도 작년대비 29.2% 증가한 3,31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올해 새만금개발청에서는 향후 10여 년 간의 새만금을 그려낼 새만금기본계획 재정비와 병행하여 새만금 그린인프라 기본구상 수립을 추진한다. 새만금기본계획의 비전과 목표에 따른 녹색 수변도시 실현을 위해, 공원·녹지·경관에 대한 세부 공간계획을 수립하고 방풍·방재림 등 핵심 사업을 재정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새만금의 첫 번째 그린인프라 조성지는 올해 준공될 동서도로다. 가로식재를 동서축의 녹지대로 설정하고, 주변 녹지를 최대한으로 확보하면서 꽃, 나무와 도로의 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작가 샤토브리앙(1768~1848)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는 말로 자연의 희생을 요구하는 문명을 묘사했다. 그러나 새만금에서는 새로운 문명 앞에 놓인 이 황량한 매립지가 훗날 울창한 숲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현숙 새만금개발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