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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파괴의 결말
환경 파괴의 결말
  • 김은정
  • 승인 2020.02.27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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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나우루 공화국은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나라다. 둘레 19km에 면적은 21.2㎢, 인구 1만여 명에 불과한 이 나라는 몰타기사단이나 바티칸 시티처럼 국가적 기능과 자격을 가진 종교적 조직이나 영역으로서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꼽힌다.

육지로 나오기 위해서는 주변 가까운 섬을 거쳐 배를 타야하는데, 그 시간이 장장 나흘이나 걸린다니 지리적 여건으로 보자면 언뜻 외부와 단절된 아프리카의 어디쯤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놀랍게도 이 작은 섬나라는 1960~70년대 세계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1980년대만 해도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 달러에 이르고 집집마다 고급 승용차가 넘쳐났던 나우루의 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오랜 기간에 걸쳐 산호초가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섬, 나우루는 바닷새들이 몰려들면서 새들의 터전이 되었다. 인산칼륨이 함유된 새들의 배설물은 섬을 이룬 산호초 위에 쌓이며 고급비료로 쓰이는 인광석으로 변했다. 이 놀라운 자원이 발견된 것은 1800대 말, 유럽인들에 의해서였다. 이후 독일과 호주, 영국 등 유럽의 기업들이 인광석 채취에 나섰다. 2차 세계대전 후 UN의 신탁통치령에 있었던 나우루는 1968년에 독립, 본격적으로 인광석을 채취해 팔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은 금세 부자가 되었다. 교육비와 의료비는 무료였으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유학생에게는 정부가 학비를 모두 지원했으며 가정마다 매년 1억 원씩의 연금도 주어졌다. 인광석만 캐다 팔면 많은 돈이 들어오는 지상낙원(?)에서 나우루 국민들은 더 이상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대부분의 노동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맡기고 국민들은 전세기를 타고 관광과 쇼핑에 나섰다. 그러나 윤택한 삶은 오래가지 않았다. 섬 전체에 매장되어 있던 인광석이 급격히 줄면서 광산은 문을 닫고 더 이상 채굴할 인광석이 나오지 않는 나우루는 황무지가 됐다.

국가는 파산했으며 국민들의 삶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했던 나우루 위정자들이 가져온 결과였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귀한 자원 덕분에 일하지 않고도 풍요로움을 누리다 추락한 국가 나우루의 이야기는 인류 역사상 ‘20세기 최대 재앙의 하나’로 꼽힌다. 사실 나우루의 예가 아니고도 역사 이래 자기 환경을 스스로 지키고 보존하지 못해 지구상에서 사라진 문명사회는 여럿이다. 인간의 욕망이 몰고 오는 재앙이 두려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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