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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전북여행] 완주 화암사 '복수초, 얼레지 꽃길을 걷다'
[뚜벅뚜벅 전북여행] 완주 화암사 '복수초, 얼레지 꽃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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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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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 수상(殊常)하고, 마음은 뒤숭숭하지만 봄은 거침없이 뚜벅뚜벅 다가옵니다. 찾아오는 봄에 저항하기 위하여 겨울은 눈까지 뿌리며 끝까지 안감 힘을 써보지만 이내 백기를 든 모양입니다. 봄은 승리를 자축하기라도 하는 듯 곳곳에 꽃소식을 전합니다. 전라북도 완주에 있는 화암사도 예외 없이 꽃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복수초, 얼레지 꽃향기를 찾아서 완주 화암사로 떠납니다.

완주 화암사 가는 길

전주에서 봉동읍을 거쳐 대둔산으로 가는 길은 시원하게 뻗어 있어 거침이 없습니다. 잠시 달렸는데 멀리 있던 산들이 성큼 가까이 왔습니다. 길 양편 평지마다 푸름이 진해졌습니다. 완주가 자랑하는 양파와 마늘밭입니다. 봄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어 싱그러움이 전해집니다.

화암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마을에 들어서자 노란 산수유꽃이 금방이라도 터트릴 기세를 하고 있습니다. 매화와 함께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꽃이지요.

마을 중간중간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매화 역시 산수유꽃과 경쟁을 하듯 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햇빛이 잘 드는 가지에는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것도 볼 수 있습니다. 환하게 웃는 매화는 이미 봄꽃 축제가 멀지 않았음을 전해줍니다.

사하촌(寺下村) 싱그랭이마을(요동마을)은 숲 입구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숲 안쪽에 주차장이 있지만, 숲 입구부터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화암사 주변 구역은 전라북도가 14개 시·군에 생태관광지를 조성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완주군은 이곳에 야생화를 주제로 한 생태관광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태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작년에 피었던 산수국꽃 무리도 보입니다. 색깔은 변했지만, 그 자태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아직 숲길은 겨울 색깔을 벗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서 푸른빛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겨울 숲 사이로 꽃향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산에서 진한 꽃향기를 느꼈다면 십중팔구 길마가지나무꽃일 가능성이 큽니다. 주로 높은 산악지대에서 사는 나무라서 등산을 하다가 자주 만나기도 한답니다.

숲길을 지나 주차장에 오르려는데 주차장 언덕 양지바른 곳에 앙증맞은 꽃이 눈에 띕니다. 봄까치꽃(큰 개불알꽃)입니다. 땅바닥에 핀 작은 꽃이라서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는 수고로움이 있을 때 봄까치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복수초꽃이 핀 길

주차장에서 화암사 가는 길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 있습니다. 오른쪽 길은 넓어 여유롭게 걷는 길이고요. 왼쪽 길은 숲 사이로 구불구불 돌아가는 좁은 산책로입니다. 두 길은 중간에 다시 만나 사이좋게 화암사로 이어집니다. 화암사 가는 길은 불명산 등산로이기도 합니다.

화암사에 오를 때는 주로 왼쪽 길을 이용합니다. 화암사까지 거리가 1km가 채 안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해찰하면서 천천히 걷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수초꽃이 피는 시기에는 이 길을 따라 올라야 복수초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답니다. 해찰하다 보면 이런 풍경도 보입니다. 속이 텅 빈 감나무 고목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더는 나이를 셀 필요가 없다는 듯이 나이테를 다 지워버리고 껍질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나무입니다. 그 나무를 통해서 본 숲은 또 다른 세상입니다.

눈 속에 핀 복수초꽃 / 2020. 2. 19
눈 속에 핀 복수초꽃 / 2020. 2. 19

멀리 노란색 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복수초 꽃밭입니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꽃이지요. 실제 2월 마지막 눈이 내렸을 때 이곳에는 이미 복수초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었는데요. 눈 속에 의연히 피어있던 복수초꽃을 보는 순간 감동이었습니다.

눈 속에서 복수초꽃이 피었을 때가 초기였다면 지금은 절정기입니다. 주변을 노랗게 물들인 풍경이 장관입니다. 특히 이곳은 가까이 다가가 꽃을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꽃길이 있는데요. 화암사 주변에 생태관광지를 조성하면서 야생화 자생지 보호 구역과 야생화 탐방로를 구분해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복수초 꽃밭을 살짝 비켜선 빛이 잘 드는 언덕에는 수선화 잎이 한 뼘쯤 올라왔습니다. 복수초꽃 노란빛이 시들할 즈음에는 수선화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노랗게 밝혀주겠지요.

계곡 물가에서 빛을 받아 마치 꽃처럼 하늘거리는 것이 보여 다가가 보았습니다. 반짝이는 것은 꽃이 아니라 나뭇잎이었습니다. 세상의 빛을 본 지 얼마 안 된 새잎은 마치 꽃 마냥 아름답습니다.

 

얼레지꽃이 피는 길

야생화 탐방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온 길과 만났습니다. 이곳부터는 계곡 물소리를 벗 삼아 가는 길입니다. 계곡에는 물이 많아 물소리가 끊이질 않고 이어집니다. 계곡 웅덩이에는 개구리 알도 보입니다. 부지런한 개구리는 일찍 봄맞이 준비를 마쳤습니다.

화암사 계곡에 달린 고드름(2020. 2. 19)
화암사 계곡에 달린 고드름(2020. 2. 19)

나무 계단 옆 절벽은 지난번 눈이 왔을 때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던 곳입니다. 고드름을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겨울철 고드름이 그리웠을 것입니다.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한 고드름이었습니다.

추억의 고드름이 있던 자리에 파랗게 물이 오른 이끼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끼가 이미 봄기운을 간파했는지 생기가 넘칩니다.

나무 계단을 지나 햇빛이 잘 드는 언덕에는 얼레지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듯한 인상입니다. 두 번째 올라온 잎은 꽃대를 품고 있습니다. 노란 복수초꽃이 지기 시작하면 그때는 보랏빛 얼레지꽃이 화암사 계곡을 환하게 물들일 것입니다.

따스한 햇볕을 받아 현호색 한 그루 꽃을 피웠습니다. 봄이면 어느 등산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아직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계곡을 오르는 동안 처음 본 현오색 꽃입니다.

 

계곡 끝에는 폭포가 있습니다. 2단으로 이루어진 폭포에서는 힘차게 물줄기가 흘러내립니다. 화암사는 폭포 위쪽에 있습니다. 철 계단을 따라 폭포를 거슬러 오르면 화암사가 보입니다. 철계단 옆 언덕에는 얼레지가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기세입니다. 아래쪽에서 보았던 얼레지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화암사 계곡에서 이곳이 가장 따스한 곳인가 봅니다.

 

화암사 이야기

철계단을 올라 살짝 돌아서면 돌계단 위에 놓인 화암사가 보입니다. 화암사라고 이름 붙인 것은 마치 큰 바위 위에 핀 꽃 한 송이 같은 절이라는 의미겠지요. 돌계단을 오르면서 이름과 잘 어울리는 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계단 끝에서 절로 들어가기 전에 등산로를 따라 언덕으로 올라서 절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절입니다. 절 입구에 있는 누각인 우화루(雨花樓, 보물 제662호) 앞에 있는 매실나무도 열심히 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월 어느 날인가 우화루에 매화 꽃잎 흩날려 꽃비가 되는 날이 있을 것입니다.

절에 누각이 있는 경우 누하(樓下) 진입이 일반적이지만 화암사는 누각 아래가 막혀 있는 구조입니다. 대신 우화루 옆 돌계단을 따라서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왼쪽 화단에 목단 한 무리 도도하게 서 있습니다. 목단꽃은 매화 꽃잎 다 흩어지고 나른해진 어느 봄날에 모두를 화들짝 놀래주며 화려하게 등장할 것입니다.

절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들이 오밀조밀 머리를 맞대고 앉아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일한 하앙식 구조 한옥 건물인 극락전(국보 제316호)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뒤편에 있는 매실나무에 눈이 꽂혔습니다. 꽃을 보려면 아직 기다림이 필요하겠습니다. 매화 활짝 핀 나무 아래에 있는 작은 부도 하나, 꼭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풍경입니다.

 

얼레지꽃을 그리며

 

주차장에서 화암사 절까지 부지런히 걸으면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가는 길에 봄 구경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오르는 길에 복수초꽃이 만발한 풍경도 보고 물가에서 진한 향기를 날리고 있는 길마가지나무꽃도 만났습니다. 아직은 귀한 현호색도 보았고요. 폭포 옆 계단 주변에는 얼레지도 곧 꽃을 피울 것 같아요. 활짝 핀 얼레지꽃이 그립습니다. 올해는 얼레지꽃을 꼭 보고 싶습니다. 얼레지꽃 보랏빛 향기가 화암사 계곡을 물 들 때에 다시 찾아가렵니다. 그때 화암사에 들려 매화 안부도 물어보아야겠습니다. /글·사진·영상=김왕중(전라북도 블로그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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