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4-04 12:22 (토)
n번방 추적단 불꽃
n번방 추적단 불꽃
  • 권순택
  • 승인 2020.03.25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초등생을 포함한 미성년자와 여성을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유인, 성착취 영상물을 찍도록 협박해서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한 n번방 사건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말초적 욕구 충족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어린 여아와 여성들의 인격과 삶을 짓밟고 파괴하는 잔인한 행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이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록 6일 만에 256만 명이 동의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생긴 이래 최다 기록이다. n번방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5건에는 무려 560만여 명이 동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찰에 철저한 조사와 대응을 지시했고 법무부와 대검찰청도 n번방 가담자 전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시달했다. 대법원에선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아동 성착취 영상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경찰은 n번방의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검거하고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라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고 n번방 최초 운영자와 가담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의 실체를 처음 밝혀낸 것은 검·경 등 수사기관이나 언론이 아니었다. 정의감과 모험심이 강한 두 명의 대학생이 스스로를 ‘추적단 불꽃’이라고 칭하며 잠입 취재를 통해 n번방 실상을 세상에 알렸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이들은 지난해 7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최한 제1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아동 청소년 대상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의 존재를 경찰에 미리 알리고 직접 채팅방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박사방을 비롯해 8개의 파생방에서 5000~6000명의 이용자가 미성년자를 협박해 제작한 음란물과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돈을 주고 공유·유통하는 실태를 파악하고 채증했다. 추적단 불꽃의 n번방을 고발하는 ‘미성년자 음란물 파나요?…텔레그램 불법 활개’ 르포기사는 지난해 9월 뉴스통신진흥회를 통해 처음 보도됐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추적단 불꽃의 n번방 고발기사는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올 1월 국회 청원사이트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용기 있는 두 대학생의 펜 끝을 통해 알려진 악질적인 디지털 성범죄가 더는 발붙일 곳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