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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시 베네치아의 운하
관광도시 베네치아의 운하
  • 김은정
  • 승인 2020.03.26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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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해마다 2천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 도시 베네치아의 운하가 맑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된 영상과 사진을 보니 예전의 탁했던 운하에 깨끗한 물이 흐르고 물속을 오가는 물고기들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강물이 투명해졌다. ‘베네치아 운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은 60년 만’이라거나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주민들의 인터뷰가 더해진다. 현지 주민이 아니라도 깨끗한 물을 안고 흐르는 베네치아 풍경이 놀랍고 반갑다. 물이 맑아진 비결은 코로나 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를 일주일동안 봉쇄한 결과다.

물이 맑게 보이는 현상이 근본적으로 수질 개선이 됐기 때문이 아니라 도시 봉쇄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운하를 드나드는 곤돌라와 모터보트 등 수상교통 수단이 줄어들어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이 있지만 변화된 운하의 풍경이 전하는 울림이 작지 않다.

사실 베네치아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으로 환경 폐해를 겪고 있는 대표적 관광도시로 꼽혀왔다. 어디 환경 폐해뿐이던가. 관광자본을 끌어들여 상업적 관광을 부추기고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일상적인 삶을 침범당한 오래된 상점이나 주민들은 결국 쫓겨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을 맞은 지도 꽤 오래다. 한때 인구 30만 명에 이르렀던 베네치아가 5만 명 도시로 전락한 것이 그 증거다.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입항하려는 크루즈를 향해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관광객을 막아서는 시위에 나섰을까.

어찌됐던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진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베네치아 운하의 역설적인 결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 모양이다. 맑아진 운하 소식에 백조가 돌아왔다는 트윗이 화제를 모으더니 백조가 떠다니고 돌고래가 헤엄치는 사진까지 등장했다. 아쉽게도 이 사진들은 베네치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찍은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자연의 회복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풍경이 바로 그것일 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가 한산해진지 여러 날이다. 전주 시내를 걷다보니 봄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걸개들이 있다. 국가관광거점도시 선정을 축하하고 기대하는 현란한 문구들의 행진이다. 잠시 멈춤이 된 상황을 벗어나면 관광거점도시를 향한 수많은 정책이 기획되고 실행될 것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지만 과잉관광 폐해로 되돌릴 수 없는 환경을 안게 된 세계적 관광도시들을 보면 우려가 적지 않다.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화려했던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오늘의 위기를 마주하니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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