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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있는 보물, 그 보물을 발견하자
우리 곁에 있는 보물, 그 보물을 발견하자
  • 기고
  • 승인 2020.03.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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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우리 땅 걷기 대표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서 ’아!‘ 하고 말을 잇지 못하면서 경탄을 금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아름다운 경관이 그 순간 가슴 속에서 잠자고 있던 영혼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파우스트 박사의 영혼을 앗아가려고 온 메피스토텔레스에게 파우스트가 말한다,”내가 순간을 향하여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말을 한다면 너는 나를 꽁꽁 묶어도 좋다. 그럼 나는 기꺼이 멸망해도 좋으리라.“

그런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고 경탄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을 때, 그때는 누가 내 목을 쳐가도 좋고, 나를 붙잡아가도 괜찮은 것이다.

일순간에 그 자신을 잊어버리는 보석같은 풍경들이 우리들 곁에 있는데, 그 보석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경주시의 바닷가에 꽃처럼 펼쳐져 동해바다를 수놓고 있는 읍천리 주상절리가 있다. 그 주상절리가 온 나라에 알려진 것은 2011년 무렵이었다. 원래 군 초소가 있어서 2007년 부산 오륙도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 길을 처음 걸을 때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땅 걷기의 제안을 통해 ’해파랑 ‘길이라고 명명된 그 길을 두번 째 걷고 있다가 초소에 사람이 없어서 들어갔는데, 그 초소 앞에 통천의 총석정에 기둥처럼 서 있는 주상절리와 달리 바다에 연꽃처럼 주상절리가 펼쳐져 있었다.

그때 그 경이로움과 경탄으로 촬영한 사진이 <우리 땅 걷기>를 통해 언론에 알려진 뒤 그때까지 집 한 채 없었던 그곳이 대처가 들어섰다.

후일담이지만 그때 나와 함께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그곳에 땅을 샀더라면 큰 돈을 벌었을 것인데, 그 진가를 너무 늦게 알았던 것이다.

중국의 장가계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이 불과 몇십 년 밖에 안 된 것처럼 읍천리 주상절리가 있었던 것을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얼마 전에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회에서 변산의 직소폭포 일원을 국가명승으로 심의 의결했다. 국립공원안에 있던 명소로만 알려졌던 것을, 산림청 국가 신림문화자산으로 선정했다가 이번에 국가 명승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전라북도에 그러한 곳이 여러 곳이 있다. 임실군 덕치면 구담리에서 동계면 회룡마을의 물돌이동을 지나 장군목에 이르는 구간, 용궐산과 무량산 사이의 섬진강이 바로 천하의 절경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곳이 국가 명승이라는 것을 모른다.

진안 용담의 섬바위에서 감동마을로 이어지는 금강 벼릿길이나. 조선시대 혁명가인 정여립이 꿈꾸었던 대동사상을 품고 있는 진안 죽도와 천반산 일대의 절묘한 풍경도 명승 중의 명승이다.

또한 부안 개암사는 백제 부흥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우금산성이 있고, 이매창의 문학의 산실이기도 하며 원효굴이 있는 울금암의 절묘한 풍광을 간직한 곳이다. 변산의 아름다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전나무 숲이 아름다운 천 년 고찰 내소사와 변산의 풍경. 그리고 여암 신경준의 자취가 서린 순창 강천산 자락의 강천사 주변 풍경도 훌륭한 명승 유적이다.

이런 문화유적들을 국가에서 명승으로 지정하도록 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네 눈이 미치는 곳에 네 보물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6장에 실려 있는 말과 달리, 보물이 아니라고 여겨서 그런지 우리 곁에 있는 보물을 모른다. 사람도 역시 그러하다. 내 곁에 보물 같은 사람이 있는데, 그 보물을 알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그 보물을 찾고 있다. 우리 모두 내 곁에 있는 보물을 찾아내고 보존하자.

/신정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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