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5-31 01:06 (일)
묻지마 투표하면 지역의 미래가 없다
묻지마 투표하면 지역의 미래가 없다
  • 권순택
  • 승인 2020.04.07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때마다 몰표행태 되풀이
지역발전 정치 혁신에 걸림돌
공천이 곧 당선 이젠 끝낼 때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불행히도 전북에서는 선거다운 총선이 별로 없었다. 일당 독식, 싹쓸이로 대변되는 몰아주기 투표행태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끝나면 선거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일명 바람선거는 지난 1988년 13대 총선 때부터 비롯됐다. DJ가 만든 평화민주당이 황색돌풍을 일으키면서 전북 14석을 모두 싹쓸이했다. 또한 광주 5석, 전남 17석 등 호남 의석 37석 가운데 36석을 석권하는 전대미문의 총선 결과를 낳았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전북에선 여야가 고루 의석을 가져갔다. 11대 총선에선 여당인 민정당 7석, 야당인 민주한국당 6석과 무소속 1석, 12대 총선땐 민정당 7석, 한국당 신민당 민한당 신민주당 등 야당이 7석 등 여야가 서로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1987년 대선에서 YS와 DJ의 야권 분열에 따라 김대중 후보에 대한 몰표현상이 드러나면서부터 호남에서 일당 독식이 시작됐다. 이후 총선 때마다 몰표 행태는 계속되었다. 다만 당명이나 옷 색깔이 조금씩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땐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후폭풍 여파로 새천년민주당이 완전히 참패했다. 친노 진보진영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이 도내 11석을 싹쓸이했다. 급조된 열린우리당은 전국에서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면서 일약 원내 1당에 올라섰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민심이반 현상으로 인해 민주당이 참패하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주류로 등장했다. 국민의당은 전북 10석 가운데 7석을 거머쥐었고 민주당은 단 2석에 그쳤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몰아주기 투표 조짐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군산과 남원·임실·순창을 제외하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상대 후보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판세가 이렇다 보니 일부 민주당 후보는 언론사의 선거토론회마저 회피하고 있다.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괜히 흠 잡힐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속내다. 특정 정당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 때문에 빚어지는 토론회 기피현상이 아닐 수 없다. 후보자가 자신의 정책이나 공약 등을 알리고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제 지역의 미래를 위해선 한풀이식 선거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전북에 대한 차별과 소외에 대한 서러움과 분노가 묻지마식 투표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몰표 덕분에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등 정권을 3차례나 탄생시켰다.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전북의 현안은 줄줄이 꼬여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전북의 성장동력인 탄소소재법 국회 통과는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보류되었고 국립공공의료대학원법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전주에서 보수정당 옷을 입고 32년 만에 금배지를 달았던 정운천 의원이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면서 전한 하소연이 귓가에 쟁쟁하다. “지역 현안 해결과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그렇게 물불 안 가리고 뛰었는데 지지율이 나오지 않아서…”

정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지역주의 선거는 끝내야 한다. 국회는 여야 타협의 장이다. 여당도 필요하고 야당도 있어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말 12월 국회 때 여야 3+1 체제가 전북예산 확보에 큰 힘을 발휘했다. 초·재선과 중진 의원, 여당과 야당 등이 고루 포진해야 전북 발전과 정치 혁신도 가능하다.

묻지마식 투표는 묻지마 정치를 낳는다. 선거가 끝나면 묻고 따질 수도 없다. 지역구 투표는 사람을 찍고 비례대표 선거는 정당을 찍는다. 그 사람 됨됨이나 지나온 삶, 앞으로의 비전 등을 보면 선택의 길이 분명해진다. 그런데도 묻지도 보지도 않고 찍겠다면 지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