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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신뢰 저버린 엉터리 로컬푸드
소비자 신뢰 저버린 엉터리 로컬푸드
  • 권순택
  • 승인 2020.05.05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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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장 납품받고 중국산 팔아
지역농가 소비자 직거래 역행
불신자초 직매장 확대에 찬물
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에도 전북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이 많이 늘어났다. 올 1분기 도내 36곳의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액은 304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3억 원보다 25%, 61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식자재 구매를 늘리는 가정에서 시중 마트보다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더 많이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로컬푸드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유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농가와 소비자 직거래라는 로컬푸드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대규모 지역농협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지역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아닌 공판장 물건을 판매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농협 로컬푸드는 공판장 중도매인으로부터 농산물을 납품받아 도시소비자들에게 공급해왔다. 로컬푸드 운영책임자도 시중에서 구입한 마늘을 자신의 배우자 명의로 납품해서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값싼 중국산 당근을 들여와 판매하는 일도 벌어졌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농협 측의 처사다. 이러한 사실을 적발한 로컬푸드 조합원이 농협 측에 진상 파악을 위한 감사와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자 되레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원회에선 이 조합원에 대해 10년간 로컬푸드 납품 정지와 함께 농민연금 수급권마저 박탈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 농민조합원은 사실상 농업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로컬푸드의 근간은 소비자의 신뢰다. 지역 농가에서 생산하는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라는 믿음에서 로컬푸드가 급성장해왔다. 그런데 물품과 물량 부족을 이유로 공판장 물건을 떼어 다 팔거나 값싼 중국산 농산물로 이득을 취하면 로컬푸드의 신뢰는 송두리째 붕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전국 각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들어오는 공판장은 식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지역 농가와 소비자와의 직거래라는 로컬푸드의 선순환 체계에 역행하는 행태다.

10년 전 완주군에서 로컬푸드를 처음 도입했을 때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기치로 내걸었다. 전국 최초로 로컬푸드 인증제를 도입하고 토양과 농업용수, 농산물 잔류농약 분석 등 국가검사 기준과 동일한 320종의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출하 농가 교육과 정기적인 로컬푸드 직매장 모니터링을 통해 농산물 안전성을 철저히 관리해왔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믿음을 쌓았고 단기간에 성공 키워드로 떠오를 수 있었다.

초창기 완주 로컬푸드가 주목을 끌면서 성공 예감이 들자 전주와 익산 등지에 짝퉁 로컬푸드가 등장했다. 이들은 지역 농산물이 아닌 공판장과 중국산 물품을 팔면서 폭리를 취했다. 당시 편집책임자로서 짝퉁 전담 기자를 배치해 엉터리 로컬푸드 실태를 연일 집중 보도했다. 결국 소비자 발길이 끊긴 짝퉁 로컬푸드 매장은 스스로 문을 닫아야 했다.

완주 로컬푸드의 성공 신화를 통해 이젠 로컬푸드가 농업·농촌 회생과 도농상생,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전국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1000곳 이상 확충하고 4.2%에 불과한 로컬푸드 유통 비중을 15%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전국 자치단체 45곳에서도 완주군처럼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그렇지만 한 지역농협의 직매장처럼 로컬푸드의 근본 취지를 일탈하게 되면 지난 10년간 다져 온 로컬푸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잘못된 직매장 한 곳 때문에 전체 로컬푸드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선 안 된다. 공든 탑도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는 것처럼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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