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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둘러보니] 시각의 왜곡…시선의 선입견을 깨다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 둘러보니] 시각의 왜곡…시선의 선입견을 깨다
  • 김태경
  • 승인 2020.05.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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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공장·전주국제영화제 공동기획 특별전
20일 개최, 6월 21일까지 기묘한 영화세계 선봬
‘스페셜 포커스’ 일환 전시, 상영은 6월 9~21일
도미토리움 작품. 브루노 슐츠의 '악어의 거리'. (Photograph ⓒ Robert Barker, Cornell University)
도미토리움 작품. 브루노 슐츠의 '악어의 거리'. (Photograph ⓒ Robert Barker, Cornell University)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 ‘퀘이 형제 :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의 일환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는 팔복예술공장을 찾았다.

조명의 움직임은 빛의 변화를 만들고, 영화의 리듬이 된다. 일란성 쌍둥이인 퀘이 형제의 작업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중심으로 연극과 오페라 무대를 넘나들었다. 이번 전시는 40여 년간 이어져온 퀘이 형제의 작업을 조목조목 둘러볼 수 있는 자리.

전시장 내부는 고요한 밤처럼 흐른다. 꿈속을 걷는 듯 작품 하나하나에 시선을 던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라틴어로 ‘방’, 혹은 ‘잠’을 뜻하는 도미토리움은 수면상태에 있는 ‘퍼핏(인형)’과 물체의 공간을 상징한다. 관람객들은 유리에 둘러싸인 도미토리움을 앞에서 또는 위에서 관찰할 수 있다. 데코 박스 앞면에 확대경이 설치된 작품도 있는데, 이를 통해 박스 안을 들여다보면 시선의 이동에 따라 내부의 움직임이 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경험은 곧 ‘시각의 왜곡’을 통한 시선의 고정관념을 깨운다.

퀘이 형제의 영화세트가 된 디오라마 ‘도미토리움’은 지난 1974년 폴란드 여행에서 출발한다. ‘도미토리움’은 작가에 의해 창조된 하나의 ‘장소’이자 ‘세계’. 철저히 작가의 상상력과 무의식으로 창조된 이 세계는 작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환상 속의 세계로 관객을 불러들인다.
 

퀘이형제의 일러스트와 콜라주 작업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제공= 전주국제영화제.
퀘이형제의 일러스트와 콜라주 작업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제공= 전주국제영화제.

이번 전시에서는 도미토리움을 지나 ‘블랙드로잉’의 면면을 살피고 일러스트레이션·콜라주 작업과 마주하도록 동선을 짰다.

퀘이 형제는 1960년대 후반부터 그래픽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초기작품이자 정체성을 대표하는 종이작품 시리즈 ‘블랙드로잉’에는 형제가 유럽을 여행하고 영국에서 살면서 발견한 많은 것들이 반영돼있다. 주로 당시 동유럽의 암울한 분위기와 누아르적인 어두움이 분위기를 지배한다.

이들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알려지게 된 건 영화 ‘악어의 거리’가 칸영화제에서 초청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첫 번째 실사 장편영화 ‘벤야멘타 연구소 또는 인간의 삶이라 불리는 꿈’을 완성하고 ‘시각언어’를 통한 예술세계를 구축해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투자·제작한 영화 ‘인형의 숨’의 도미토리움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으며, 전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된다는 의의가 있다. 이 작품은 특히, 지난 2005년부터 퀘이 형제와 합을 맞춰온 금속간절뼈대 제작자 김우찬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 손가락 마디가 움직일 정도로 정교하게 관절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를 맡은 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퀘이 형제가 오랜 시간을 들여 손으로 가공한 ‘기억’과 ‘모험’이라는 순수한 환상을 두 눈으로 관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고요한 밤, 퀘이 형제의 꿈속을 헤매는 듯한 미로를 도라다니며 우리에게 침묵으로 일관하던 퍼핏과 물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시라”고 말했다.

20일 관람객에 첫 선을 보인 이 전시는 영화제 기간을 포함, 오는 6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상영 프로그램은 6월 9일부터 6월 21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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