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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고 싶어요” 코로나 주홍글씨 ‘처참’
“차라리 죽고 싶어요” 코로나 주홍글씨 ‘처참’
  • 송승욱
  • 승인 2020.05.28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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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전통 도내 한 식당, 동선 공개 후 문 닫을 판
악플 세례에 대인기피, 치킨·신문배달도 거부당해
손님 끊기고 대출은 늘고…이웃사촌마저 등 돌려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어요. 유서로라도 호소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진짜 매일 생각해요.”

37년간 주말도 없이 식당을 운영해 온 A씨(63)는 최근 두 달여간 원치 않는 휴업을 당했다. 어렵사리 다시 문을 열었지만 손님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동선 공개 후 ‘바로 그 집’이라는 낙인이 찍혀서다.

지난 28일 만난 A씨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매일같이 걸려왔던 마녀사냥식 전화와 난생 처음 겪는 악플 세례가 잊히지 않아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몸이 떨린다고 했다.

A씨 남편은 지난 3월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곧바로 동선이 공개됐고 남편과 함께 운영해 온 식당은 ‘절대 가서는 안 되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간 식당 운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두 달이 훌쩍 넘도록 좋아지기는커녕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장 손님 발길이 끊겼다. 매일같이 오던 예약전화 대신 ‘대구에서 식자재를 가져 왔냐’는 식의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인신공격도 많았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동선 공개에 ‘망해 버려라’는 식의 악플은 예삿일이 됐다.

37년간 주말도 없이 쉬지 않고 일해 왔는데, 이번에 눈물을 머금고 50여일 식당 문을 닫았다.

그러다 마냥 있을 수가 없어서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처참했다. 점심때는 아예 손님이 없고, 저녁때도 1팀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 식당 앞을 오가는 인적도 눈에 띄게 줄었다. 어쩌다 오가는 이들은 수군대기 일쑤였다. 내 집처럼 드나들며 가족처럼 지냈던 이웃들의 발걸음도 끊겼다.

어느 날은 손주가 와 치킨배달을 시켰더니 재료가 떨어져 배달할 수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매일 아침 입구에 놓여 있던 신문도 어느 때부터인지 보이지 않았다. 인근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가도 물건이 없다고 해서 빈손으로 되돌아왔다.

사라진 손님만큼 대출은 늘었다. 매달 나가는 돈을 감당키 어려워 A씨 최근 다시 대출을 받았다.

그렇게 A씨와 A씨의 가족은 고립무원에 서게 됐다.

남편은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이제는 A씨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공황장애 증상 때문이다. 낮이고 밤이고 불안증세가 계속되고 삐딱한 시선 탓에 대인기피증도 생겼다고 한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증상은 시도 때도 없고 잠도 제대로 들지 못한다.

A씨는 “남편은 원래부터 폐렴증세가 있어 치료를 받아 왔다. 확진 판정 전날도 어린 손주들과 함께 잤고 밥도 같이 먹었다. 온가족 16명이 자가격리 됐는데 전부 음성이었다. 정말 코로나라면 같이 밥 먹고 생활한 가족 중 전염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원래 있던 폐렴증상인지 정말 코로나인지 의심스럽다”며 억울해했다.

이어 “어떻게 이렇게 돼버린 건지 원망스럽다”면서 “신문이든 방송이든 우리 식당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삐딱한 시선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인지 꼭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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