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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댓가
논란의 댓가
  • 김은정
  • 승인 2020.05.28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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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마음 산란해진(?) 이즈음 다시 꺼내본 책이 있다. 일본인 포토저널리스트 이토 다카시가 펴낸 <기억하겠습니다>. 남북한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20명의 생생한 증언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제목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가 된 남한과 북한의 여성들’이란 부제를 더했으나 증언에 나섰던 할머니들은 모두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다. 2014년 일본어로 출간된 이 책은 2017년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사진과 다큐멘터리로 기록해온 안해룡 감독과 번역자인 이은 씨의 공동 작업 덕분이다.

1980년대부터 일본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주목해온 이토 다카시는 1991년 10월, 지금은 고인이 된 김학순 할머니와 처음 만난 이후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었던 피해 여성들을 찾아 취재하기 시작했다. 일본과 한국, 대만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이 그의 취재 대상이었다. 그가 만난 위안부 피해자들은 90여명. “많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거의 범죄를 은폐하고 다시 전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는 그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들 피해자들의 경험을 기록해 후세에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기록한 사진과 증언을 만나며 새삼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북한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영실 리상옥 김대일 곽금녀 리계월 리복녀 리경생 유선옥 정옥순 김영숙 박영심. 책속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과 사진은 1998년부터 북한 할머니들을 취재하기 위해 수십 번 북한을 방문했다는 저자의 고된 여정을 짐작케 한다.

사실 남한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은 여러 통로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녹취 작업을 통해 출판한 증언집이 그 바탕이다. 돌아보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상을 알리고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정에는 이들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의 열정과 희생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

그런데 정대협의 역사를 그대로 계승한 ‘정의기억연대’가 논란에 휩싸였다. 들여다보면 확인된 실체 없이 온갖 의혹만 나부대고 있다. 폄훼와 왜곡의 선동이 끼어들지 않을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일본 언론과 우익들의 곡해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실체도 없는 논란의 댓가가 어디에 이를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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