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7-11 16:57 (토)
건강한 시민운동을 위한 제언
건강한 시민운동을 위한 제언
  • 기고
  • 승인 2020.06.02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판용 시인·전주경실련 고문
김판용 시인·전주경실련 고문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의식 있는 시민들이었다. 지배자가 권력을 순순히 내려놓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민주주의는 그래서 투쟁의 피로 이룬 결과물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5?18 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혁명까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억압의 시대를 물리치고 자유를 얻은 것이다.

시민들을 이끈 것은 시민단체였다. 다수의 시민을 하나로 모아 나갔기에 힘이 있었다. 민주주의 역사에서 시민단체가 기여한 바는 헤아릴 수 없이 크고 위대하다. 또 이런 단체들이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데에는 생계를 포기하고 헌신해 왔던 활동가들의 공이 전적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어려운 일을 맡아 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이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와 이용수 할머니로부터 촉발된 갈등을 접하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진실이 드러나면 모든 것은 가려지겠지만 이 기회에 우리 시민운동의 방향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 것이 온 것이다. 아직도 80년대식 방식의 진영논리에 갇혀 있거나, 시민사회의 기득권이 자신들에게만 있다고 여기는 활동가들로는 안된다.

건강한 시민운동을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조직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조직의 척도는 시민들의 참여에 있다. 단순히 재정적 지원이 아닌, 의사 결정까지도 구성원 중심이어야 한다. 또 임기를 채우고 나면 반드시 대표는 바뀌어야 한다. 대표도 못 바꾸는 조직은 허약하다. 우리 주위에 한 번도 대표가 바뀌지 않는 단체들이 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건강한 조직이 아님을 그 대표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둘째, 정치 중립적이어야 한다. 억압받던 시절 시민사회는 그에 대항하는 소수 권력을 도왔다. 당연한 행보이다. 또 시민운동의 경험과 전문성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목적이 정치에 있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더구나 선거에 관여하고 기여금을 비롯한 어떤 댓가를 받는다면 썩은 정치권에 기댄 기생적 행태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부조리를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셋째, 이번 정의연 사태에서 드러나듯 회계가 투명해야 한다. 어렵게 살림을 꾸리던 시절이야 좋은 의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아니 재정이 열악해 활동가들이 아르바이트로 재원 마련하기도 했었다.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국민 대다수가 시민단체의 회계 감사를 원하고 있다. 물론 활동가들에게는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언제까지 그들의 희생에만 기댈 수는 없다.

넷째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단체인지 모호한 단체가 있다. 약자를 대변한다면서 약자는 보이지 않고, 활동가들만을 위한 단체는 이제 간판을 내려야 한다. 약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거나 출세를 하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지난 30여 년간 우리 사회를 민주적이고 정의롭게 하는데 시민단체의 힘은 지대했고, 앞으로도 그 힘은 필요하다. 그러나 시대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누구를 비판하기에 앞서 단체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성찰을 통해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단체로 나갈 수 있는 계기인 것이다.

/김판용 시인·전주경실련 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