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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의 길
시민운동의 길
  • 김영곤
  • 승인 2020.06.02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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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논설위원

시민단체 위상과 현주소를 가늠케 하는 유행어가 있다. 매스컴에서도 자주 인용함에 따라 일상용어가 된 지 오래다. “예전에는 입신양명 하려면 세칭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나와야 했다면, 요즘엔‘참여연대’출신이어야 빨리 출세할 수 있다”는 유행어의 시사점은 의미심장하다. 시민단체 영향력이 막강할 뿐 아니라 출신 인사들의 권력기관 진출이 눈에 띈다는 점을 빗대 나온 말이다. 최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를 새삼 되뇌이게 한다.

시민단체의 역할 그중에서 정치와 환경문제에 대해선 영향력이 독보적이다. 감시·견제와 비판을 통해 문제점을 짚고 대안 제시를 하는 이들 단체의 역할이야말로‘양날의 검’이다. 날카로운 감시의 눈이 많아 질수록 사회는 깨끗해진다. 반면에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권력의 괴물로 변신하고 만다. 시민단체 이런 역할 때문에 입법·사법·행정·언론에 이어‘제5부’로 불린다.

전북에서도 국회 김윤덕·김성주·이원택 의원이 공교롭게 시민행동21 출신이다. 민변에서 활동한 안호영 의원도 오랜 경력이 있다. 총선에 출마했던 최형재씨도 대표적 인사다. 도의원·시의원 상당수도 이런저런 인연이 많다. 이뿐 아니라 도청이나 교육청·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시민단체 출신도 꽤나 된다. 김진태 최두현 염경형 등 잘 알려진 멤버들의 기관 근무성적도 괜찮은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 년 전 인권 전문가로 영입된 도청 팀장이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시민단체 도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민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순수함에 비해 막강한 영향력 때문인지 이들 단체에 대한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견제와 감시 역할을 맡는 저격수로서의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 잡음과 말썽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보험’유혹도 끊임없이 전개된다. 분쟁 소지가 큰 굵직한 사회현안 추진땐 위원회 참여를 위한 섭외 1순위로 시민단체 인사가 꼽힌다. 어쩔 때는 후원행사에 이해당사자들이 대거 몰려 얼굴 도장을 찍고 봉투를 내미는 것도 마찬가지다. 간혹 자문위원·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끈끈한 연을 맺기도 한다.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그룹으로 시민단체는‘귀하신 몸’이다. 평소에도 바쁘지만 선거 때 이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신문·방송에서도 토론이나 정책검증 패널로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낙천·낙선운동이 시민단체의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뿐만 아니라 사회곳곳 현장에서 피켓이나 플래카드 시위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공론화 과정에서도 유명세를 바탕으로 여론전을 주도하며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그만큼 해결사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면서 몸값은 계속 치솟고 있는 셈이다.

순수함을 생명으로 여기는 시민운동의 길은 공익적 가치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찬반논쟁에서 더욱 강조되는 대목이다. 자칫 이같은 방향에서 궤도이탈하면 시민단체의 설 땅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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